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교보생명의 자본 확충을 위해 기업공개 카드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새 지급여력제도의 도입이 점차 다가오는 데다 재무적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7월 말 이사회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 등을 포함한 자본 확충방안을 논의했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맞춰 적용되는 새 지급여력제도(K-ICS) 초안을 바탕으로 2조~5조 원에 가까운 자본을 추가로 쌓아야한다는 영향평가 결과에 따른 것이다.
교보생명은 국내외 증권사에 기업공개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도 보냈다. 일단 국내 증권사 1곳과 해외 증권사 1곳씩을 선정해 기업공개와 관련된 자문 등을 받기로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보고안건으로 올라가 원론적 수준의 검토가 이뤄졌을 뿐 시기나 규모 등 구체화된 내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1월 말에 “교보생명 상장시기는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 새 지급여력제도 초안에 따른 필요한 자본 확충 규모의 윤곽이 대략이나마 잡히면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교보생명은 7월에 10억 달러(1조2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해외에서 발행하려 했지만 뒤로 미뤘다. 기존에 예상했던 수준보다 발행금리가 급등하면서 발행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추가로 쌓아야하는 자본 규모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어려워지자 기업공개를 포함해 다각도로 자본 확충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불거졌던 계열사인 교보증권 매각설도 교보생명이 자본 확충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압박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2012년에 어피니티컨소시엄에게 2015년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하고 1조2천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받았다.
교보생명이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약속한 기업공개 시점이 3년 가까이 미뤄지면서 일부 재무적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방안을 요구하며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할 것이라는 관측은 우세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이사회에서 기업공개를 다루기 시작하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보생명이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과 함께 생명보험사 ‘빅3’로 꼽히는 대형사인 만큼 상장 주관사를 차지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눈치싸움도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은 4월부터 모든 보험사를 대상으로 새 지급여력제도 도입을 위한 영향평가를 시작해 결과를 9월에 내놓기로 했다.
교보생명도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자본 확충 규모를 가늠한 뒤 기업공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 사이에 기업공개와 관련된 구체적 행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부터 새 국제회계기준과 새 지급여력비율 제도 도입에 대비해 차근차근 대비하고 있다”며 “신 회장의 진중한 성향을 감안하면 교보생명의 기업공개도 섣부르지 않고 신중하게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