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8-07-31 15: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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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음원 서비스 ‘뮤직메이트’를 키워 음원서비스시장에 다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음악 콘텐츠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새로운 사업분야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자체 음원 플랫폼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31일 업계에 따르면 SK테크엑스가 운영하고 있는 음원 서비스 뮤직메이트가 8월31일부터 아이리버의 자회사이자 SK텔레콤의 손자회사인 그루버스로 이관된다.
그루버스는 SK텔레콤이 3월 NHN벅스로부터 인수한 고품질 음원서비스업체인데 대중 음원 서비스인 뮤직메이트가 합쳐지면서 SK텔레콤의 음원사업은 일원화됐다.
그루버스는 기존의 뮤직메이트에 신규 기술을 접목해 10월까지 새로운 음원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새 음원 서비스 출시를 위해 자금도 지원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아이리버는 27일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를 대상으로 7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SK텔레콤은 650억 원을 투자하는데 이 가운데 약 300억 원이 음원사업과 관련한 인프라 구축 등에 사용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신규 음원 서비스 개발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음원시장은 멜론과 지니뮤직, 벅스 등이 이미 확고히 자리잡고 있어 SK텔레콤의 새 음원 서비스가 어느 정도의 반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음원 서비스 이용자들이 플랫폼을 잘 옮기지 않는 경향을 감안하면 SK텔레콤이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추진하는 신사업과 연계성을 고려하면 음원시장 진출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이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분야에서 음악은 핵심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음악은 SK텔레콤이 최근 보급 확대 경쟁이 치열한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능으로 꼽힌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기업 메조미디어가 올해 초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사용하는 기능의 48%가 음악 재생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이미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에 멜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6월에 뮤직메이트를 추가했다. 당분간은 멜론과 뮤직메이트를 같이 서비스하지만 점차 자체 음악 플랫폼의 비중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이정호 아이리버 대표이사.
자율주행차에서도 음악 콘텐츠의 중요성은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운전자는 차 안에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음악 청취, 영화 감상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악은 용량도 작고 단시간에 끝나는 만큼 IT기술에 가장 접목되기 쉬운 콘텐츠”라며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의 핵심 콘텐츠로 음악이 가장 먼저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용자 확보는 여전히 SK텔레콤이 음원사업에서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음원사업은 일정 수준의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또 음원 서비스에서 가입자를 확대하지 못하면 인공지능 등 신사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SK텔레콤은 우선 3천만 명이 넘는 이동통신 고객들을 음원 서비스 가입자로 끌어들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뮤직메이트는 현재 SK텔레콤 고객에게 매월 300회 무료듣기, 포인트 할인 등의 혜택을 주고 있는데 새 플랫폼 출시와 함께 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은정 DB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하반기에 아이리버를 통해 음원사업에 진출하면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통신 사업자가 아닌 복합기업으로 가기 위한 계단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