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라오스대사관에서 깜수와이 깨오달라봉(Khamsouay Keodalavong) 대사에게 라오스 댐 사고와 관련해 위로의 뜻을 전하고 있다. |
“오래 가는 기업이 되려면 사회적 가치에 눈을 돌려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월에 열린 ‘베이징포럼 2018’ 개막식 연설에서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 말이다.
최 회장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경영철학을 SK건설의 라오스 댐 사고 수습을 통해 행동으로 보여줄 때라는 말이 27일 재계 안팍에서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현재 SK건설과는 별도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도 라오스 댐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대규모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하는 등 사태가 커지자 SK건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광철 SK수펙스추구위원회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은 26일 긴급구호단 20여 명과 함께 라오스로 가 현장 지휘부를 꾸렸다.
최태원 회장도 현재 여름휴가를 반납한 채 사태 수습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주한 라오스대사관을 방문해 깨오달라봉 주한대사에게 긴급 구호성금 1천만 달러(112억 원)를 기탁했다.
이번 라오스 댐 붕괴사고는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최 회장에게 적지 않은 '마음의 타격'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댐 붕괴의 원인이 자연재해가 아닌 SK건설의 부실시공인 것으로 밝혀진다면 최 회장이 강조하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놓고 흠집이 날 수도 있다.
SK건설은 사고 초기에 “붕괴가 아니라 범람”이라고 주장하다 “댐 상부 일부가 유실됐다”고 말을 바꾸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라오스정부는 조만간 댐 붕괴와 관련해 시공 과정의 결함과 SK건설의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일단 라오스 댐 사고를 조기에 수습에 수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현재 3천여 명이 여전히 수몰 지역 인근에 고립돼 있는 만큼 이들을 구출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 회장이 사태 수습 과정에서 차원이 다른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최 회장이 라오스 현장을 직접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회장은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최 회장의 경영철학에는 ‘기업이 단기적으로 손실을 보더라도 사회에서 신뢰받는 기업이 돼야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성장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최 회장은 6월 ‘SK 2018 확대경영회의’에서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프랑스 철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의 이론을 인용한 뒤 “역사적으로 오래된 이 이론이 실증적으로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최 회장에게 이번 사고는 더 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이라며 “최 회장은 경영철학에 걸맞는 방식과 수준으로 이번 사고를 책임지고 수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