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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최정우, 포스코 회장 되기 위해 쓴 '공책 2권'에 뭘 담았나

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 2018-07-27 16: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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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104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최정우</a>, 포스코 회장 되기 위해 쓴 '공책 2권'에 뭘 담았나
최정우 신임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이 27일 오전 10시20분 포스코센터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책 2권'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이 후보 시절에 회장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을 설득한 무기라고 한다.

최 회장은 권오준 전 회장이 4월18일 갑작스레 자리에서 물러나자 포스코그룹의 미래와 회장으로서 해야 할 과제들을 외부 출입까지 자제하며 3~4개월에 걸쳐 공책 2권에 빽빽하게 써내려 갔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회장 후보에 낙점됐다.

최 회장이 27일 포스코 회장으로 정식 취임하면서 내놓은 새 비전 ‘With 포스코’는 회장으로서 새 공책의 첫 장을 어떻게 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와 같다. With 포스코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라는 최 회장의 뜻이 함축돼 있다.

최 회장은 이 비전을 이루기 위해 △고객, 공급사, 협력사 등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비즈니스 위드 포스코(Business With POSCO), △더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소사이어티 위드 포스코(Society With POSCO), △신뢰와 창의의 기업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피플 위드 포스코(People With POSCO) 등 세 가지 개혁방향을 제시했다. 

또 경영진과 사외이사,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기업시민위원회'를 신설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활동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포스코를 기업시민으로 규정해 사회적 책임을 비전으로 내세운 회장은 포스코가 2010년 민영화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이 4월부터 회장에 오르기까지 ‘포피아(포스코+마피아)’논란을 숱하게 겪으면서 느낀 고민들을 비전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최종 회장 후보로 정해지자 여당 대표로부터 “권 전 회장의 비리를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 포스코 바로세우기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기자회견을 열고 전 회장들의 비리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며 최 회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이 가장 먼저 포스코 내부 개혁에 힘을 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에게는 '러브레터'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러브레터는 최 회장이 포스코를 향한 국민 의견을 받기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다. 러브레터로 제보된 의견은 11월 초, 최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는 시점에 개혁과제에 반영되어 발표된다. 

러브레터에는 포스코 내부 인사를 향한 각종 제보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제보는 최 회장이 인적 쇄신을 단행할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임시주주총회를 끝낸 직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러브레터’는 With 포스코를 향한 첫 걸음으로서 국민들이 포스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감없이 느끼고 있다”며 “포스코 갑질이 심하다는 의견이 러브레터에 나왔는데 이를 신속히 바로잡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개혁 과제 발표 이후에 곧바로 인사 개편 시즌이 닥친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포스코는 해마다 연초나 연말경 정기 임원인사를 진행해왔다.
 
[오늘Who]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2104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최정우</a>, 포스코 회장 되기 위해 쓴 '공책 2권'에 뭘 담았나
▲ 2018년 7월27일 열린 포스코 임시주주총회 전경.

11월 초 개혁 과제를 발표하고 나면 최 회장체제를 강력하게 구축할 수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영진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포스코 인사와 관련해 전체적 구상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정기주총에서 임원들 임기가 보장돼 있다”며 말을 아꼈다. 

권오준 전 회장체제를 떠받치던 오인환 사장과 장인화 사장, 유성 부사장과 전중선 가치경영센터장 부사장 등 4명의 사내이사 임기는 2019년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이들의 퇴임시기와 맞물려 인사 개편을 진행한다면 권 전 회장이 상임고문으로 회사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전임자를 향한 예우도 하면서 권오준체제와 차별화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이밖에 철강사업과 신성장사업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최 회장은 “철강산업은 고급화와 차별화 잔력으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신성장사업으로 양극재와 음극재사업을 육성해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점유율 20%, 매출 15조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노트 두 권에 빼곡히 포스코를 이끌 전략을 담았지만 그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임시 주총장에서도 일이 벌어졌다. 

정민우 포스코바로세우기시민연대 대표는 주주 자격으로 참석해 “최 회장이 곧 경찰 수사를 받게 될 텐데 회장 자리를 유지하면서 그 조사를 받을 건가”며 “이런 CEO 리스크를 놓고 이사회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대답해 달라”고 요구했다. 

포스코 법무실장이 이 발언을 놓고 “형법상 범죄 행위”라고 반박하면서 주총장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기도 했다. 

임시 주주총회 앞에서는 이른 오전부터 시민단체 회원 여럿이 포스코센터 앞에서 최 회장의 각종 비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포피아를 근절하기 위해 인사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회장이 되겠다더니 정말로 회장이 됐다.”

최 회장이 선임되고 나자 그와 함께 1983년 포스코에 입사했던 동기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당시 동기회장을 맡을 때부터 포스코 회장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왔다. 

최 회장은 본사 사장에서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내려갔던 올해 초에도 “포스코켐텍을 빨리 키워 2년 뒤 권 전 회장이 임기를 마칠 때 강력한 회장 후보로서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최 회장이 '준비된 회장'으로서 어떤 면모를 보여주게 될까?. 새로운 공책에 회장으로서 어떤 글을 써내려갈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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