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사업장에 제2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을 내놓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요청에 화답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조 원 이상이 투자되는 평택 제2공장은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성장을 놓고 이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혁신성장 간담회에서 평택 제2반도체공장 건설 계획을 정식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2월 초 평택 반도체단지에 새 공장을 증설하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확정했지만 아직 구체적 투자 시기와 규모는 외부에 밝히지 않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8월 초 삼성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주요 대기업들과 정부 사이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이어온 혁신성장 간담회가 마침내 삼성그룹에 이른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간담회에서 직접 김 부총리를 만나 삼성전자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 부회장에 직접 "한국에도 투자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만큼 이 부회장이 적극 화답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하며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앞세웠던 재벌 개혁 기조를 다소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점점 낮아지는 한편 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판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가 삼성그룹을 방문하기로 한 점도 이런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아직 정식으로 발표하지 않은 평택 제2반도체공장 건설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다. 김 부총리와 간담회는 이 부회장이 이런 계획을 내놓을 좋은 기회로 꼽힌다.
삼성그룹이 대규모 투자로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며 우호적 관계를 맺을 계기가 될 수 있고 이 부회장에게는 본격적 경영 복귀를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에 실질적으로 복귀해 여러 차례 해외 출장에 올랐지만 아직 정식 경영 복귀를 상징한다고 할 만한 확실한 행보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평택 제2반도체공장 증설 결정은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 리더십을 보여주는 동시에 삼성전자의 지속성장을 향한 의지와 자신감을 보여주는 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석방되고 이틀 만에 삼성전자가 제2공장 건설을 결정한 점을 두고 이 부회장이 직접 이런 계획을 진두지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업황 악화와 중국의 공세 등으로 앞으로 반도체사업에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말도 듣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이런 부정적 시각을 뛰어넘고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제1공장에 30조 원 정도를 투자했기 때문에 제2공장 역시 비슷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가동된 평택 제1공장이 직간접적으로 유발하는 경제 효과가 2021년까지 160조 원 이상, 고용 유발 효과가 44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평택 제2공장이 추가로 증설되면 문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과 내수경제 활성화 노력에 중요한 성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한국 수출품목에서 금액 기준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 증설을 통한 사업 확대는 곧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일자리 창출과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목표로 앞세우며 경기 이천시에 새 반도체공장 증설 계획을 밝혔다. 모두 15조 원 가까운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