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어떻게든 성장해야 한다. 크지 못하면 회사와 직원들이 같이 늙는다.”
윤두식 지란지교시큐리티 대표이사는 지난해 국내 보안업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결정한 이유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윤 대표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절호의 성장 기회로 본다. 자회사로 편입한 에스에스알의 상장을 추진하는 등 인수합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에스알은 8월6일 코스닥 상장을 발판으로 삼아 일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지란지교시큐리티가 일본에서 15년 동안 사업을 해온 만큼 에스에스알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기업 두 곳과 연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협의를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에스에스알은 화이트해커(선의의 해커)가 설립한 회사가 국내에서 상장하는 첫 사례”라며 “앞으로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보안기업인 시만텍처럼 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에스알은 정보보안 전문가인 화이트해커들이 주축이 돼 2010년 설립한 회사다. 모의 해킹과 정보보안 컨설팅, 취약점 진단 및 해킹방지 솔루션 개발이 주요사업인데 특히 취약점 진단분야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지란지교시큐리에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윤 대표가 공동대표에 올랐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메일보안, 문서보안, 모바일보안분야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안티스팸메일 솔루션 ‘스팸스나이퍼’ 등이 대표적이다.
윤 대표는 1998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이듬해 지란지교소프트에 입사해 15년이 넘도록 기술기발에 매진했다. 배우자 역시 이 회사에서 만났다. 보안사업부문 부문장으로 있다가 2014년 지란지교시큐리티가 분사하면서 대표를 맡게 됐다.
지난해 7월에는 에스에스알뿐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회사인 모비젠 지분까지 동시에 사들여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만텍 등 글로벌 보안기업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국내 보안업계는 성장이 정체돼 인수합병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이번 인수금액으로 312억 원을 들였는데 국내 보안업계에서는 최대 규모다. 윤 대표는 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사모펀드로부터 130억 원을 충당하기도 했다. 지란지교시큐리티의 2016년 매출이 198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모험인 셈이다.
윤 대표는 인수합병을 발표하면서 "4차산업혁명이라는 변화 속에서 시장과 산업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글로벌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자체 기술력뿐 아니라 여러 기술과 융합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기회가 왔을 때 인수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보다 이미 그 분야에서 잘 하는 회사를 인수해야 4차산업혁명 시대를 빠르게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란지교시큐리티 관계자는 "모비젠과 에스에스알의 인수를 통해 기존 보안 기술과 빅데이터, 전문 컨설팅의 결합이 가능해졌다"며 "정보보안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해외시장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현재 모비젠의 빅데이터 기술과 지란지교시큐리티의 보안 기술을 결합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모비젠 역시 내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윤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주력 분야와 사업영역이 크게 확대된 만큼 부담은 있다"면서도 "인수한 기업들이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갖춘 만큼 지란지교시큐리티와 연결고리를 통해 충분히 성공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