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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뚜기' 이름값 무겁다, 함영준 '오뚜기 내부거래' 숙제 풀어낼까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8-07-20 14: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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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뚜기' 이름값 무겁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2387'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함영준</a> '오뚜기 내부거래' 숙제 풀어낼까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저자 스티븐 코비는 ‘기대’에 관해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을 가능성과 잠재력에 맞춰 대우하면 그는 정말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함영준 회장은 어떨까? ‘착한 기업’ 오뚜기를 향한 남다른 기대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이미지로 덕을 본 만큼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도 좀처럼 쉽지 않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군불을 때고 있다. 

오뚜기는 관계사 상미식품지주와 풍림피앤피지주를 최근 100% 종속법인으로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합병기일은 9월27일이다.

당초 이 두 회사는 매출 대부분을 오뚜기와 오뚜기제유 등 관계사에 의존하고 있어 말이 많았던 곳이다. 

상미식품지주는 함 회장의 아버지이자 오뚜기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의 동생 함창호씨가 최대주주로 있다. 식품가공업이 주요사업인데 지난해 전체 매출의 99.6%가량을 내부거래를 통해 거둬들였다. 라면포장지 등을 만드는 풍림피앤피지주 역시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이 85.7% 수준이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이번 합병 결정을 두고 "지배구조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기업가치 증대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거래 문제가 오뚜기의 약점으로 지목돼 온 만큼 함 회장이 대응에 나선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는 오뚜기가 오뚜기물류서비스와 오뚜기SF, 애드리치, 알디에스 등 오뚜기에 매출 의존도가 높은 관계사 4곳의 지분을 500억 원에 사들여 종속기업으로 편입하기도 했다. 

오뚜기는 자산이 5조 원 이하라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내부거래에 관한 잡음이 계속해서 일다보니 여론의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기업지배구조(ESG)평가에서 지배구조 부문 최하등급인 D를 받았는데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이 이유로 지목됐다. 

이를 놓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갓뚜기의 배신’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오뚜기는 2년 전 ‘갓뚜기(god+오뚜기)’라는 별칭을 얻었다. 함 회장이 15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5년 동안 편법없이 납부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한 후원사업과 장애인 복지재단 기부 등 각종 미담까지 줄을 이었다.

지난해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첫 공식간담회에 함 회장이 중견기업에서는 유일하게 초청되면서 모범기업으로 더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여기 저기서 오뚜기 제품을 사자는 여론도 일었다.

하지만 함 회장은 이런 스포트라이트가 달갑지 만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 대통령이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말을 건네자 함 회장은 "대단히 송구하고 감사하다"면서도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대답했다.

그의 복잡한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착한기업이라는 칭찬이 이어질수록 ‘털어서 나오는 먼지’도 함께 조명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갓뚜기의 이름값은 무거웠다.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던 함 회장은 유명세와 함께 내부거래 이슈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불려갔다. 

경제개혁연대는 오뚜기를 향해 "일감몰아주기는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통제돼야 한다"며 "진정한 갓뚜기가 되려면 일감몰아주기를 자체 근절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이번 합병으로 관련 이슈를 어느 정도 해소하긴 했지만 함 회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뚜기의 복잡한 순환출자고리, 관계사 오뚜기라면 등의 내부거래 문제가 고민거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상속세 마련을 위한 창구로 오뚜기라면의 내부거래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오뚜기가 라면을 직접 제조해서 판매해야 이익증가 폭이 더 큰데 굳이 함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오뚜기라면으로부터 라면을 사와서 팔아 주주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오뚜기의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 신뢰도뿐 아니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평가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뚜기는 이번 관계기업 흡수합병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관한 기대감이 상승할 것”이라며 “향후 관계기업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다면 지배구조 단순화 및 투명성 개선, 경영관리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장지혜 흥국증권 연구원 역시 "오뚜기는 앞으로 오뚜기라면에 관해 지분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내부거래 논란을 해소시켜가면서 오뚜기 본사로의 이익 흐름을 명확히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바라봤다.

스티븐 코비는 저서 제목이 무색하게 스스로는 파산을 했는데 “알지만 실천하지 못했다”를 이유로 들었다. 함 회장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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