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들이 자본금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신종자본증권을 앞다퉈 발행했지만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후순위채권 등 다른 수단으로 갈아타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자금을 모으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꺼내 들었다가 미국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커지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추진을 머뭇거리고 있다.
▲ 교보생명 전경(왼쪽)과 한화손해보험 전경. <연합뉴스> |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잠정적으로 미루거나 후순위채권 등 다른 자본 확보방안을 찾고 있다.
동양생명이 5월 5억 달러 규모의 자본금을 모으기 위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의결했지만 후순위채권으로 경로를 바꿨다.
KDB생명도 5월 신종자본증권을 해외에서 2억 달러어치 발행했지만 3분기에는 후순위채권을 선택하고 국내에서 2500억 원 발행하기로 했다.
흥국화재도 6월부터 2억 달러 규모로 후순위채권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후순위채권은 기업 파산 때 신종자본증권보다 선순위로 변제돼 조달금리는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처음에는 회계상 자본금에 편입되다가 5년이 지나면 해마다 20%씩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대비하기에는 다소 불리하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정도로 길고 모두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준비하기에 적절하지만 금리가 높다. 2017년 전후로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 수단으로 앞다퉈 발행에 나섰다.
새 국제회계기준이 2021년부터 적용되면 보험부채의 금리가 보험 계약을 맺었을 때가 아닌 시가로 적용되고 국내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이 높아 자본금을 더 많이 쌓아야만 한다.
보험사들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게는 10억 달러까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미국 금리가 상승하면서 조달금리가 높아지자 중소형 보험사들부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포기하고 후순위채권으로 관심을 돌리거나 직접 자본금을 늘리는 유상증자에 힘을 쏟고 있다.
대형 보험사들은 신용등급이 높아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산정 및 판매에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형 보험사들도 대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5월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을 10억 달러 규모로 발행하기로 했지만 발행을 보류했다.
현대해상도 3분기 안으로 5억~7억 달러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의결했지만 발행을 다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채권시장에서 발행금리 등 채권가격 형성의 변동폭이 크다”며 “교보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277.62%로 충분히 높은 만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신중하게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신종자본증권을 국내에서 발행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발행 규모와 금리는 앞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후순위채권은 시장에서 자본이 부실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 신용등급이 높은 보험사는 신종자본증권을 선호한다”며 “다만 미국이 금리를 계속 인상해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