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초에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를 시작한 뒤 하반기부터 출시를 곧바로 확대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주력 제품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접는 스마트폰의 수요 불확실성을 고려해 삼성전자가 본격적 판매를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지만 출시 전략이 공격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7인치 대화면을 탑재했지만 반으로 접을 수 있어 휴대성을 높인 접는 스마트폰을 내년 초 정식으로 출시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 접는 스마트폰의 구체적 형태와 출시 전략이 대부분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접는 스마트폰을 실험작이 아닌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라인업에 이은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리즈로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잡도록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접는 스마트폰의 판매가 시작되는 시기를 중국 화웨이 등 경쟁업체보다 앞당기는 것도 삼성전자의 중요한 목표로 알려졌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접는 스마트폰의 시장성을 충분히 확인할 때까지 대량 양산을 늦추고 출시시기도 무리하게 앞당기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판매할 접는 스마트폰이 내년에는 최대 50만 대, 2020년에는 20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자의 잠재적 수요를 충분히 파악한 뒤 출하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대로 삼성전자가 접는 스마트폰 출시 확대에 속도를 낸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스마트폰사업 실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접는 스마트폰의 출시가 성공적이라면 내년 하반기부터 곧바로 판매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과거 곡면 화면의 '엣지' 디자인을 선보였던 때와 유사한 전략"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2014년 곡면 화면을 처음으로 탑재한 '갤럭시노트 엣지'를 한국 등 일부 시장에만 소량으로 판매한 뒤 이듬해 갤럭시S6 시리즈부터 본격적으로 엣지 디자인을 적용해 인기를 끌었다.
접는 스마트폰도 이런 방식으로 내년 초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해 소비자 반응을 본 뒤 삼성전자가 수요에 맞춰 세계시장으로 출시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9의 판매 부진 등으로 스마트폰사업 실적 반등에 고전하자 접는 스마트폰의 출시 확대계획을 앞당겨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개발 단계의 접는 스마트폰에 '위너'(승리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접는 스마트폰의 성공 가능성을 자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주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연간 1800만 대 분량의 접는 스마트폰용 올레드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기술적 완성도만 높아진다면 삼성전자가 생산을 확대할 여력은 충분하다.
스마트폰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접는 스마트폰이라고 해서 기존과 크게 다른 부품이 탑재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주문에 맞춰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접는 스마트폰를 향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위너'가 충분한 완성도와 활용성을 갖춘 제품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접는 스마트폰의 가격도 1500달러(약 17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약점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은 갤럭시S9의 부진한 판매 성적에 놀라 접는 스마트폰의 개발을 앞당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스마트폰사업 반등에 중요한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