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인도 뉴델리 총리실 영빈관에서 열린 한-인도 CEO 라운드테이블에서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계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친기업정책 기조를 확대하면서 커질 수 있는 노동계의 반발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국빈방문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언급한 것은 노동계와 신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일 인도 뉴델리 총리실 영빈관에서 열린 한-인도 CEO 라운드테이블에서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관심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마힌드라 회장은 “쌍용차의 성장은 노조의 지지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며 “현장에 있는 경영진이 노사 사이의 문제를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쌍용차 해고자 문제는 노동계의 오래된 현안이다. 2009년 쌍용차는 976명을 정리해고했고 2015년 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으나 여전히 120명이 복직하지 못했다.
6월27일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쌍용차 사태 이후 발생한 30번째 사망자였다.
문 대통령이 쌍용차 문제 해결을 마힌드라 회장에게 직접 요청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노동계를 향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면서 어느 정도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10일 트위터에 “우리 해고자들의 아픔을 마음으로 이해해주신
문재인 대통령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노동계를 염두에 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문 대통령이 친기업정책을 두드러지게 보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5월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힘을 실었다. 또 6월27일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취소하면서 규제개혁 성과가 미진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교수 출신의 홍장표 전 경제수석을 관료 출신의 윤종원 수석으로 교체했고 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기업과 소통을 강조하면서 적극적 현장방문을 당부하기도 했다.
기업을 향한 문 대통령의 손짓은 인도에서도 적극적이었다. 삼성전자 인도 공장 준공식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경영활동을 자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국내 투자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인도 기업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행보는 고용과 분배 지표 악화 등으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중심에 놓여 있던 소득주도성장정책에 의구심이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게 여겨진다.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면서 재계의 불만을 가라앉히고 경제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자칫 지지층과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정경유착을 뼈대로 하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결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부’를 자처하고 있어 이런 방향 전환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 등을 놓고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올해 들어 어렵게 마련한 사회적 대화의 틀도 거부하고 투쟁을 예고했다.
청와대가 신중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오자 “문 대통령의 경제행보가 변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이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정책방향이 다소 달라진다 해도 사람 중심 경제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의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4일 김영주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부의 노동존중정책의 방향은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하반기 규제개혁 등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노동계와 관계에도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도 규제혁신 없이 정부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지자들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정치적 결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