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수감된 지 150여 일이 지나면서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1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황 부회장은 4일부터 부문별로 열리고 있는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에 모두 참석한다.
롯데그룹은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예년과 달리 사업부문별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4일 식품부문을 시작으로 5일 유통부문, 6일 화학부문이 사장단 회의를 마쳤고 11일 호텔 및 서비스부문, 12일 금융부문 계열사의 사장단 회의를 앞두고 있다.
황 부회장은 지금까지 열린 3차례의 사장단 회의에 모두 참석했다. 남은 부문의 사장단 회의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1일은 황 부회장이 피고인인 롯데그룹 경영비리 재판이 열려 참석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황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기존 사장단 회의는 70~80명이 모인 자리에서 신 회장이 그룹의 현안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면 이번부터는 각 계열사 대표들이 실적을 보고하고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황 부회장은 이번주 사장단 회의가 마무리되면 주말에 신 회장을 면회해 사장단 회의에서 나온 상반기 경영성과와 문제점 등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 부회장은 첫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의 경영철학을 계열사 대표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신 회장이 법정구속된 지 150여 일이 지났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부재하기 전부터 꾸준히 계획하던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황 부회장을 중심으로 조직 안정에 힘쓰고 있다.
신 회장은 그동안 재판에 집중했는데 뇌물공여 혐의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앞으로는 그룹을 챙길 여유가 어느 정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황 부회장은 신 회장이 없는 다섯 달 동안 그룹 내부 단속은 물론 여러 대외활동에 얼굴을 내비치며 신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썼다.
황 부회장은 5월 신 회장을 대신해 롯데그룹 신입사원 면접현장을 찾아 지원자들과 면접관들을 격려했다. 가치문화 창조 기념식 등 그룹 내부 행사는 물론 증권사 애널리스트 초청 간담회에도 직접 참석했다.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앞두고는 일본으로 급하게 출국해 신 회장의 서신을 직접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신 회장을 향한 지지를 이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황 부회장이 원래 신 회장을 도와 인수합병 등 대규모 투자를 이끄는 역할을 해왔던 만큼 신 회장의 복귀가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전날 열린 뇌물공여 혐의 7차 공판에서 이인원 전 부회장과
황각규 부회장의 역할을 놓고 "이인원 전 부회장은 내가 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던 사람이고
황각규 부회장은 업무를 함께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