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추진을 놓고 재계에서는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스튜어드십코드가 정부의 기업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을 통제하는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전 정권에서도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논의가 있었지만 재계의 이런 반발로 논의가 번번이 무산됐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기금은 3월 말 기준으로 무려 626조 원이다. 이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만 131조 원가량을 투입하고 있고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298곳이나 된다. 코스피 전체 상장사가 756곳인데 40%에 이르는 수치다.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은 지금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기업에 행사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6월5일 대한항공에 ‘오너 리스크’ 해소 대책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하는 등 지금까지와 달리 적극적으로 기업의 경영 활동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통해서 기업을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선은 여전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산하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주주로서 독립된 판단을 내릴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으려면 일본과 캐나다처럼 연금기금 운영의 독립성부터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후생연금펀드(GPIF)는 세계 최대 규모인 145조 엔(1475조 원가량)을 운용하지만 법률상 주식을 직접 보유할 수 없다. 운용사의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을 감시하는 관리 업무만 할 뿐 펀드 주식의 의결권은 자산운용사가 행사한다.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면 정치적 논란과 오해가 따라올 수 있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서다.
캐나다연금위원회(CPPIB) 역시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다. 캐나다연금위원회법은 “정부 정책 목표와 관계없이 오로지 연금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투자한다”고 규정한다. 캐나다에서 이 법은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다양한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제대로 심사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실무자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에서 의결권 및 주주권 행사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운용전략실 책임투자팀 인력은 7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내 기업은 770개가 넘는데 한 사람이 기업 수십 개를 떠맡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는 팀 인원을 9~10명 정도로 인원을 확충하기로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시선이 많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을 받는 의결권자문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논란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