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07-06 17: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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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부재에도 롯데케미칼의 이익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롯데케미칼 성장동력을 확보할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까 불안감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부회장.
허 부회장은 6일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처음으로 롯데그룹 화학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며 롯데케미칼의 중장기 계획과 현재 진행 중인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롯데그룹은 2007년부터 반기별로 신 회장이 주재하는 사장단 회의를 열어 왔는데 올해는 신 회장의 부재로 허 부회장이 화학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게 됐다.
신 회장은 특히 롯데케미칼 등 화학사업에 애착을 보이며 경영을 직접 챙겨온 터라 허 부회장이 느끼는 부담은 적지 않아 보인다.
일반적 경영분야는 신회장 부재로 꾸려진 비상경영위원회에서 위원장인 황각규 부회장 위주로 위원회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어 유지가 되지만 미래 성장동력으로 4~5조원 가량의 투자가 필요한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공장 건립과 같은 대규모 투자에는 신 회장의 공백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국내 기업 중 단일 투자 규모로는 두세 손가락 안에 드는 3조 원 규모의 사업현장은 올해 말 완공 예정이어서 해외 투자 유치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는 더 없이 좋은 소재인데 신회장이 없어 이런 사업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기회가 없어 아쉬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서 경영수업을 받았고 1990년부터 현재까지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직도 유지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2004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의 대표이사를 맡았을 때부터 신 회장을 보좌하며 롯데그룹 화학사업의 기틀을 다져왔는데 신 회장 부재에 따른 책임감이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1976년 호남석유화학이 창립됐을 때 입사한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허 부회장은 인수합병 등을 통해 롯데그룹 화학 부문의 성장을 이끌어 온 주역이기도 하다. 2015년 삼성SDI 케미칼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의 인수를 주도했고, 2017년에는 인도네시아의 'PT ABS 인더스트리' 인수를 통해 해외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물론 이런 공격적 전략은 신 회장의 적극적 지원 아래 이뤄진 것이다.
허 부회장은 당분간 롯데케미칼의 사업체질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가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몇 년 전부터 국제유가 의존도를 줄여 실적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2014년부터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짓고 있는 에탄 분해설비(ECC)이 대표적이다. 에탄 분해설비는 에탄을 이용해 에틸렌을 만드는 생산설비다. 롯데케미칼이 미국 엑시올과 90:10 지분 비율로 합작해 건설 중인데 투자비만 31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현지의 에탄 분해설비 건설은 석유 중심이던 롯데케미탈의 원재료를 다변화해 국제유가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진입을 원활하게 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에탄은 북미에서 주로 생산되는 셰일가스에서 얻어진다. 에탄은 추출 과정이 원유와 관계가 없으므로 국제유가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안에 미국 에탄 분해설비 건설을 마무리하고 2019년 상반기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간 에틸렌 100만 톤, 에틸렌글리콜 70만 톤의 생산능력이 늘고 연간 매출 15억 달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허 부회장은 석유 의존도를 줄일 또 하나의 프로젝트인 현대오일뱅크와 합작투자를 신 회장이 부재인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롯데케미칼이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을 추진하는 중에 신 회장이 구속되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으나 이를 일축했다.
롯데케미칼이 현대오일뱅크와의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2조7천억 원을 투자하며 추진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는 롯데케미칼의 국제유가 의존도를 줄이는 데 중요하다.
HPC는 원유 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이용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폴리올레핀 화학제품을 만드는 설비다. 중질유분은 나프타처럼 원유에서 얻어지지만 가격이 나프타보다 싸고 가격 변동성도 적어 원가 비중을 낮춰줄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 의존도를 줄여준다.
올해 롯데케미칼 수익이 뒷걸음할 가능성이 높은 점은 허 부회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제유가의 흐름이 불안정하면서 롯데케미칼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회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7조1268억 원, 영업이익 2조7944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보다 매출은 7.9% 늘지만 영업이익은 4.6% 줄어드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 국제유가의 안정적 흐름으로 주력제품의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원재료가격을 뺀 것)가 늘어난 데 힘입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