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이 앞으로도 대한항공 경영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횡령, 배임, 사기 등 혐의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발등에 불은 끄게 됐다. 하지만 검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불구속기소돼 법정에 설 가능성은 열려있다.
검찰은 조 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사유를 분석하고 상속세 탈루 혐의를 보강수사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조 회장 일가가 위장 계열사를 통해 사익을 챙긴 혐의로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조 회장으로서는 대한항공 경영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런 조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대규모 투자계획 등을 놓고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과 각자대표에 올라 있으며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과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소형 항공기인 ‘CS300’ 4대와 중형 항공기인 ‘보잉787-9’ 3대 등 항공기 7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으며 내년 약 2조 원 규모의 자금을 항공기 도입에 투자할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세계항공산업 흐름을 읽고 장기적 안목에 토대해 기재 도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조 회장이 부재하면 이런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미국 델타항공과 운영하는 조인트벤처를 안착하는 데도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현재 최고 의사결정자들 사이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4월24일 서울에서 델타항공과 공동으로 조인트벤처 출범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가 이를 취소했다. 그 뒤 다시 일정을 잡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9년 6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 총회를 주관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 총회는 세계 항공사, 항공기 제작사, 관련회사 경영진과 임원 등 항공업 관련 인사 1천여 명 이상이 참석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 최대 규모의 항공업계 회의로 국제항공산업의 발전과 제반 문제 연구, 항공산업의 경제성 및 안전성 논의, 회원 항공사들 사이 우호 증진 등을 진행한다.
아직 1년 가까운 시일이 남아있긴 하지만 조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를 준비하는 데도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항공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조 회장이 없이 총회를 열게 되면 세계 항공업계에서 위상이 흔들릴 수 있으며 세계 항공사들과 협력관계를 논의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 총회 회의를 주도해야 한다”며 “조양호 회장이 참석하지 못하면 회의 권위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 회장은 국제항공운송협회의 주요 전략 및 세부 정책 방향, 연간 예산, 회원사 자격 등의 굵직한 결정을 이끈다”며 “조 회장의 공백이 생기면 세계 항공업계 흐름을 주도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대한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조 회장 리스크로 대한항공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주주에게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