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초대 사장이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해양진흥공사 창립식에서 공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글로벌 톱5로 도약하는 해운강국 코리아.’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본격적 출범을 맞아 황호선 해양진흥공사 초대 사장이 내세운 비전이다.
해양진흥공사가 5일 공식 출범했다. 2017년 8월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해양진흥공사 설립방안을 공식 발표한 지 11개월 만이다.
침체된 해운산업을 재건이라는 과제를 두 어깨에 짊어졌다.
황 사장은 5일 열린 해양진흥공사 창립식에서 해운재건을 위해 벌크선 500DWT(재화중량톤수)과 컨테이너선 5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를 확대 지원하고 아시아 최고의 해운정보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황 사장은 발걸음은 무거워 보인다. 우선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부실 출범’ 논란부터 불식해야 한다.
해양진흥공사의 초기 납입자본금은 법정 자본금인 5조 원에 미치지 못하는 3조1천억 원으로 정해졌다.
정부 출자금 1조5500억 원과 공사에 통합되는 한국해양보증보험, 한국선박해양의 기존 자본금 1조5500억 원으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현금출자는 2천억 원 수준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현물 출자와 기존 선박에 투자된 금액이다.
무너진 해운업을 다시 키우기 위해서는 금융 지원이 필수다.
애초 해양수산부는 중소 선사에 대한 금융 지원과 중고 선박, 컨테이너 기기 등에 대한 지원은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신규 선박 발주는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해양진흥공사의 금융 지원 역할을 확대하면서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이 조성한 펀드로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양진흥공사의 자금 규모가 커져야 하지만 현재 해양진흥공사가 확보한 자금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선박 신조 지원 펀드를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20억 달러 수준이고 현대상선이 계획하고 있는 발주물량은 28억 달러 이상이다.
선박 건조 지원 펀드가 지원하기 힘든 나머지 후순위 투자가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데 해양진흥공사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2천억 원 수준이다.
해양진흥공사가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S&LB) 지원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세일 앤드 리스백 수요 18척을 사들이는데 필요한 자금만 해도 2천억 원을 훨씬 넘는다.
업계에서는 해양진흥공사의 자본금이 10조 원은 돼야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바라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해운산업 발전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대책 가운데 하나로 한국해양진흥공사 자본금의 2배 확대를 꼽았다.
해외 선사의 위기 극복 사례를 보더라도 독일 등 유럽은 해양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신규 자금과 신용자금 등을 지원했다.
독일은 독일재건은행 산하 제조수출기업 투자전문은행에서 선박과 해상구조물의 파이낸싱, 건조를 위한 구매자금 대출, 선주를 위한 투자자금 대출, 선급금 및 인도금 대출 등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사장은 ‘부실 출범’ 논란을 놓고 “채권 발행이나 보증 등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공사 출범 후 자본금 확충계획을 자체 수립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만나서 설득할 것”이라며 투자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는 대통령 자문 동북아경제 중심 추진 위원회 위원,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한 인사로
문재인 정부와 친분이 있고 김 부총리와도 미시간대학 박사과정을 함께 밟은 인연이 있다.
황 사장이 해운강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책임지는 기관장으로서 자본금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현안 해결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에서 추가적 지원을 검토하지 않더라도 민간기업의 출자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 항만물류기획과 관계자는 “사채 발행 등으로 현금을 조달할 수 있고 해운사나 금융기관도 출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