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의 방향을 논의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선 특별위원회’는 현재 독과점시장 구조를 막기 위한 대표적 시장 구조 개선 명령제인 기업분할 명령제와 계열분리 명령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분할 명령제와 계열분리 명령제는 2017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운영된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TF(태스크포스)에서 논의한 사안”이라며 “현재 특별위원회에서는 논의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7월까지 운영되는 공정거래법 개선특위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선특위에서 기업분할 명령제와 계열분리 명령제를 다루고 있지 않은 만큼 공정위가 마련할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김상조 위원장은 독과점시장 구조에 따른 기업의 시장 지배적 남용행위를 막기 위해 강제적 규율을 도입하기보다 자율적 규율을 강조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기업분할 명령제와 계열분리 명령제는 말 그대로 공정위가 독과점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에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기업분할이나 계열분리를 명령하는 것으로 기업의 시장 지배적 남용행위를 막기 위해 공정위가 활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자 가장 강력한 카드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기업분할 명령제와 계열분리 명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2017년 6월 인사청문회에서도 “발동될 수 있는 상황이나 충격은 충분히 검토해야겠지만 계열분리 명령제와 기업분할 명령제는 필요하다”고 말하며 도입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2월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TF의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때는 한발 물러섰다.
김 위원장은 “기업분할 명령제와 계열분리 명령제는 언젠가 도입할 제도지만 현재 국내 현실에서는 이견이 많고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도입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큰 만큼 서둘러 도입할 정도로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분할 명령제와 계열분리 명령제는 독과점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지만 한국에서는 재벌 등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로 논의돼 왔다. 한국은 특성상 독과점시장 구조에 따른 기업의 시장 지배적 남용행위가 주로 재벌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자발적 규율로도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도입에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기업분할 명령제와 계열분리 명령제를 서둘러 도입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취임 뒤 순환출자 해소 등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각 대기업의 자율적 변화를 강조했다.
그 결과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고리는 2017년 282개에서 4월 기준 41개로 줄어드는 등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대기업의 자발적 움직임이 김 위원장을 시장구조 개선 명령제 도입에서 한발 물러서게 했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5월 10대그룹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재계가 지배구조와 거래 관행분야에서 개선을 추진해 온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균형적 시각에서 재벌개혁을 추진할 뜻을 보였다.
그는 “한쪽에서는 재벌개혁이 너무 느리다고 비판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기업을 너무 옥죈다고 비판한다”며 “한쪽의 시각에 치우치기보다 현실에 맞게 양쪽 비판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분할 명령제와 계열분리 명령제가 공정위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담기지 않더라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6월 대표 발의한 공정거래법 일부개정안은 계열분리 명령제와 기업분할 명령제 도입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한국 사회처럼 고도로 집중화, 독점화된 재벌체제를 구조적으로 완화하기 위해서는 계열분리 명령제와 기업분할 명령제 도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경제 집중도를 분산하는 과감한 방안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