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콘텐츠시장에서 지각변동이 활발한 가운데 CJENM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을 예고한 것이다.
그리고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27일 CJENM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이제 그 꿈을 이뤄내야 할 짐을 짊어지게 됐다.
CJENM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합계 매출 4조 원, 임직원 수 3300여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콘텐츠 커머스회사로 탄생했다. 올해는 매출 6조 원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허 대표는 우선 CJENM에 붙은 ‘물음표’부터 떼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1월 합병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 시너지를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미디어와 커머스의 결합이 다소 생소하고 쇼핑사업 측면에서 시너지를 보여주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두 회사의 주가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CJ오쇼핑은 합병발표 이후 5거래일 동안 12.9%, CJE&M 주가는 같은 기간 6% 이상 내렸다.
허 대표는 CJENM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외쳐온 ‘문화사업’의 꽃을 피워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이 회장은 20년 동안 문화사업에만 8조 원에 이르는 돈을 투자해 지금의 CJE&M과 CJCGV를 키워냈다.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이 회장의 비전 '월드 베스트 CJ'에 따르면 CJENM에 남겨진 시간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허 대표가 경쟁목표로 삼은 세계적 콘텐츠회사들은 지금 몸집을 키우고 자금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최근 21세기폭스를 인수하기 위해 무려 79조 원을 제시하면서 경쟁사 컴캐스트를 제치고 인수합병이 유력하다. 컴캐스트는 미국 케이블TV 1위 회사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통신사 AT&T 역시 최근에 콘텐츠 제작사 타임워너를 품에 안았다.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 성장이 멈춘 통신사업에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1위 회사인 넷플릭스는 블랙홀처럼 전 세계 콘텐츠를 빨아들이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허 대표는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경리팀과 자금팀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다. CJ그룹에서 CJ투자증권, CJ헬로비전, CJ푸드빌, CJ오쇼핑 등 다양한 사업분야를 두루 거친 폭 넓은 경험의 소유자다. CJ대한통운 인수합병 등을 주도하면서 실행력과 추진력이 남다르다는 평가도 듣는다.
허 대표는 'CJ그룹의 구원투수'로도 불린다. CJ오쇼핑의 대표이사를 맡은 뒤 성장 정체를 겪던 CJ오쇼핑 실적을 크게 개선하면서 붙은 별명인데 이제 주력 합병법인의 '선발투수' 역할을 부여받은 셈이다.
허 대표가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이사, 김홍기 CJ 공동대표 등과 함께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만큼 앞으로 CJENM이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7월1일 새 출발을 앞두고 두 회사의 주가도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27일 CJ오쇼핑 주가는 전날보다 8.72%(2만1100원) 급등한 26만3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CJE&M 주가도 전날보다 2.28%(2200원) 뛴 9만8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합병 소식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이 정도로 크게 뛴 적은 거의 없었다. 새 통합법인과 허 대표의 행보에 기대감이 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허 대표는 1962년 생으로 부산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했다. 1986년 CJ제일제당 경리팀과 자금팀, 1997년 CJ투자증권 경영리스크팀장, 2002년 CJ헬로비전 경영지원본부장과 경영지원실장, 2011년 CJ푸드빌 운영총괄을 지냈고, 2012년 CJ푸드빌 대표이사를 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