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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구성훈 삼성증권 떠날 수도, 때를 잘 못 만난 죄인가

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 2018-06-22 15: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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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지 정확히 17일 만에 터진 전대미문의 ‘유령 주식’ 배당사고로 자리를 떠나야할 지 모른다.  

구 사장은 21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직무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오늘Who]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8255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구성훈</a> 삼성증권 떠날 수도, 때를 잘 못 만난 죄인가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삼성증권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위원회 의결이 마무리돼야 처분이 확정되지만 금감원의 징계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유령 주식' 사고의 파장이 워낙 컸지만 구 사장이 취임 뒤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기 전인 보름여 만에 사고가 터진 점을 감안해 기존 제재안인 ‘해임 권고’보다 낮은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처분은 단순히 삼성증권에 3개월 동안 최고경영자 공백이 예상된다는 말을 넘어선다. 그동안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대표이사가 직무를 유지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구 사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졌다는 말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전 근무지인 우리금융지주에서 회장을 맡았을 당시 투자를 지시했던 파생상품이 3년이 지난 뒤 1조6천억 원의 대규모 손실을 초래해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는 처분을 받은 지 보름 만에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당시 사후 처벌의 정당성을 놓고 시비가 붙었지만 황 회장은 “KB금융지주 조직의 성장과 발전이 조금이라도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소신”이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홍 맥쿼리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도 2015년 불법채권 파킹거래로 직무정지 3개월 처분 받았고 그 전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 20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2014년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도 같은 처분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장의 거취도 불분명하지만 이후의 거취도 더욱 암담해진 모양새다. 

대표이사는 직무정지 아래 단계인 문책 경고만 받아도 연임이 불가하고 3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금융위에서 구 사장의 징계가 다소 경감되는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문책 경고 밑으로까지 낮추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권에서 다른 업권으로의 이동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구 사장은 삼성그룹 안에서 차곡차곡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는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나 마찬가지다.

구 사장은 30년 전 제일제당으로 입사해 ‘삼성맨’으로 일하며 삼성화재,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자산운용 대표에 올랐다.

삼성그룹에서 삼성자산운용 대표가 삼성증권 대표로 오른다는 전통도 이어갔다. 김석 전 삼성증권 대표이사, 윤용암 전 삼성증권 대표이사에 이어 구 사장도 삼성자산운용을 거친 뒤 증권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밟았다. 

구 사장에게 내린 처분이 실제 업무집행의 잘못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도의적 책임’의 성격이 강하다는 면에서 안타깝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삼성증권의 낡은 배당 시스템과 부실한 내부통제에 구 사장이 관여한 것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질서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 금감원이 삼성증권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현직 대표이사에게 실제 업무집행의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을 수는 없다. 

금감원은 제재 유효기간인 과거 5년 동안 삼성증권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윤용암 전 사장과 김석 전 사장에게는 해임 권고를, 김남수 전 대표이사 직무대행에게는 직무정지 3개월 조치를 내렸다. 구 사장에게 내린 조치까지 포함해 합리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에서 유령 주식으로 넣은 주식가액이 자그마치 112조 원으로 2018년 국가예산이 429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사고가 터진 것”이라며 “금감원의 조치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구 사장은 앞으로 남은 절차들이 진행되는 동안 지금까지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묵묵히 대처했던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유령 주식' 사고가 발생하자 피해 투자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머리 숙여 사죄했다. 임직원이 함께 반성문도 쓰고 관련자 징계나 내부 시스템 통제 등 사후 처리에 있어서는 진정성을 보였다.  

구 사장은 제재심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제재심에서 성실히 소명했다”며 “증권선물위원회 회의를 비롯해 앞으로 절차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에서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도 있고 삼성증권이 구 사장의 직무정지기간의 공백을 잠시 직무대행체제로 메우고 사태 수습과 재건을 다시 맡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는 만큼 아직 거취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배당사고의 직접적 손실액 99억 원을 4월 재무제표에 털었지만 무형적 가치인 평판 및 신뢰도 저하 등의 부정적 영향은 털어내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선비같은 사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 그이기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가 됐든 삼성증권의 악재를 털어내기 위해 맡은 소임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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