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창규 KT 회장(왼쪽)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각각 2018년 4월과 2017년 9월 경찰청에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고 있다. |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 총수들은 그동안 검찰에서 조사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경찰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른다.
22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에서 특수·공안사건 등 주요 사건에 한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이 인정됐다.
특수사건에는 뇌물·알선수재·배임수증재·정치자금·직권남용 등 부패범죄, 사기·횡령·배임·조세 등 경제범죄, 사기적 부정거래·시세조정·인수합병비리 등 금융증권범죄, 방산비리 등이 포함된다.
검찰은 직접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를 수사할 때 사법경찰에 사건을 넘겨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사실상 기업과 관련된 주요 범죄 대부분은 검찰이 수사권을 쥘 수 있어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사법경찰이 모든 사건의 1차 수사권을 갖도록 명시된 만큼 기업과 기업인 관련 범죄를 경찰에서 다루는 일이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쥐는 사건도 경찰이 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면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경찰이 계속 수사할 수 있다. 그만큼 경찰도 상당한 수사권한을 확보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전문성 확보에 나섰다. 여기에는 기업 관련 수사도 포함된다.
경찰은 5월24일 전문 수사관 인증분야를 기존 15개에서 87개로 대폭 확대·세분화한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현장감식, 범죄분석, 해킹범죄, 추적수사 등 과학수사기법 등에 국한되던 전문 수사관을 금융범죄, 기업범죄, 건설·건축비리사범 등의 분야로 넓히기로 했다.
또 관서별 치안여건에 따라 경기남부 분당경찰서 IT·바이오비리 전문수사팀, 대전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는 특허범죄 전문수사팀을 운영하는 등 전문적 수사역량 확충에 나섰다.
검찰이 기존 기업 관련 수사 권한을 그대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경찰도 1차 수사권을 확보해 기업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수사가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두 기관의 힘겨루기가 나타났듯이 앞으로 겹치는 영역에서 수사 경쟁 양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기업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황창규 KT 회장을 소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비록 검찰이 반려하기는 했으나 경찰은 황 회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17년부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수사, 대림산업 임직원 배임수재 수사, 홈앤쇼핑 채용비리 수사, 현대건설 재건축 비리 수사 등 기업 관련 수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재벌 총수도 경찰 수사를 피해지 못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2017년 9월 회사자금을 자택공사비로 유용한 혐의로 경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재벌 총수가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것은 2007년 보복폭행으로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조사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후 10년 만이었다.
조 회장 뿐 아니라 한진그룹 총수일가들은 경찰에 줄소환되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5월1일 서울강서경찰서에,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5월2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해 폭행 혐의 등으로 조사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