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06-20 17: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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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용 연료유의 황 함유량 허용치를 낮추기로 하면서 정유사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고도화율을 높여 저유황유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다.
▲ (왼쪽부터)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CEO,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에쓰오일은 최근 4조8천억 원을 투자해 잔사유 고도화설비(RUC),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ODC) 등 증설을 마치고 현재 시험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잔사유 고도화설비는 황 성분이 제거된 원유 찌꺼기를 이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휘발유, 프로필렌 등을 만드는 설비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에쓰오일이 새로운 설비를 가동하면 에쓰오일의 전체 매출 가운데 고유황유의 비중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며 ”국제해사기구의 규제가 시작되면 저유황유의 정제마진이 늘면서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말까지 잔사유접촉 분해공정(RFCC)을 통한 고도화 생산량을 하루 8만6천 배럴, 수소첨가분해(Hydrocracker)를 이용한 고도화 생산량을 하루 5만 배럴로 늘리는 등 고도화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희철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말까지 실질적 고도화율이 36% 수준에 이를 것”이라며 ”중동산보다 싼 멕시코산 중질 원유의 투입 비중을 높여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울산 공장에 새로운 탈황설비를 지어 고도화율을 높인다. 이 설비가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은 고유황유 비중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도 탈황설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들이 고도화율을 높이는 데 서두르는 것은 국제해사기구의 규제로 선박용 저유황유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에 따르면 2020년 1월1일부터 전 세계의 모든 선박은 황 함유량이 0.5% 이하인 연료유를 사용해 황산화물 배출을 줄여야 한다. 기존에 허용되던 선박용 연료유의 황 함유량은 3.5%다.
현재도 북해, 발틱해, 북미 해역 등 일부 지역이 배출통제지역(ECA)으로 지정돼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받고 있지만 2020년부터 새로 시작되는 규제는 전 세계 모든 선박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규제 대상이 훨씬 광범위하다.
지금까지 선박회사들은 선박에 연료탱크를 두 개 마련해 공해를 운항할 때는 고유황유를 사용하다가 규제 해역에 들어설 때 저유황유로 바꾸는 방법으로 항해를 해왔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2020년부터 고유황유의 수요가 크게 감소한다는 데는 업계의 이견이 없어 보인다“며 ”2020년 전후로 선박 연료용 고유황유 수요는 절반 가까이 줄고 저유황유의 수요는 70~120%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유황유는 수익성도 좋다. 선박용 연료유는 황 함유량이 낮을수록 정제단계를 더 많이 거치기 때문에 판매가격과 부가가치가 높다.
2018년 6월 13일 기준으로 부산에서 고유황유인 380센티스토크(cSt) 중유는 톤당 472달러에 거래됐다. 저유황유인 MGO(Marine Gas Oil)는 톤당 가격이 714달러로 1.5배가 조금 넘는다. 센티스토크는 기름의 점성을 나타내는 단위다.
이희철 연구원은 “앞으로 석유정제마진은 고도화설비를 갖춘 회사를 중심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고도화설비를 갖춘 회사는 일반적 복합마진 기준으로 정제마진이 배럴당 0.67달러 늘지만 고도화설비를 갖추지 못한 회사는 정제마진이 오히려 배럴당 0.72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