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이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KT 관계자는 20일 “황 회장이 그동안 불법 정치자금 기부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성실히 소명해와 구속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황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기에는 경찰 조사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황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구체화하려면 돈을 받은 국회의원, 이들의 보좌진 등을 조사했어야 하는데 이런 수사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를 보완해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이 KT로부터 불법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19·20대 국회의원 99명을 조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한 사유는 겉으로는 보강수사를 하라는 것이지만 사실상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의가 막바지에 이른 상황이 황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경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검경의 최근 관계를 고려하면 경찰이 부족한 수사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더라도 검찰이 또 반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예민한 현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을 불러 조사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황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여러 말들이 잠재워지기를 KT 쪽은 내심 기대하고 있다.
KT 주변에서는 박근혜 게이트 이후 경찰이 황 회장을 상대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장기간 벌이면서 황 회장이 KT 회장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렵지 않느냐 하는 말들이 계속 나왔다.
KT의 한 관계자는 "황 회장은 흔들려는 시도가 계속됐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단되고 황 회장이 KT의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경영에 전념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라 업무상 횡령 혐의를 놓고 수사를 보강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KT는 법인 자금으로 주유상품권 등을 구입한 뒤 이를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 수법으로 모두 11억5천만 원의 비자금을 마련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상당한 물증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이 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거나 혹은 검찰에서 불구속기소를 하게 되면 황 회장은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