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공들였던 디지털금융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카드사로서 지니는 한계를 디지털회사로 탈바꿈해 극복하려는 경영전략에도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태영 부회장이 5년여 전부터 추진해온 현대카드 디지털금융사업의 성과로 업무 효율화와 서비스 혁신을 이뤄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가 데이터 사이언스기업으로 나아가는 데 초점을 맞춰 2년 동안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기술인 머신러닝으로 현대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역량을 모았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데이터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학문으로 데이터의 내용이 아니라 데이터 자체의 성질과 이를 다루는 방식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현대카드는 데이터 사이언스 덕에 필요한 결론을 누적된 데이터에서 도출하는 데 드는 시간이 1년 전보다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4월 패션 검색 앱의 시험버전 ‘피코’도 내놨다. 피코는 20억 건이 넘는 카드 결제 데이터 분석에 기반을 두고 전 세계 1800여 개 사이트를 탐색한 뒤 고객의 행동패턴에 맞는 상품 검색 결과를 알려준다.
현대카드는 8일 블록체인 파일 공유 기술을 놓고 특허권도 땄다.
특허를 받은 기술은 블록체인으로 파일을 분산저장해 파일의 진위를 검사하고 나눠진 파일을 각각 내려받아 하나의 원본 파일을 구성한다.
파일을 분산저장하는 만큼 대용량 파일서버 구축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정보유출까지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현대카드로 나아가면서 내부적으로는 데이터 사이언스, 로봇 자동화 시스템(RPA) 등으로 경영에 효율성이 높이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챗봇, 해외송금 서비스 등을 통해 서비스의 혁신성과 실용성을 달성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기존의 카드회사로만 머물러서는 금융권 안팎으로 새로운 산업들에 치여 생존할 수 없다고 보고 현대카드를 디지털기업으로 바꿔나가는 데 박차를 가해왔다.
인공지능 정보분석 시스템도 2018년 안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결제 데이터 분석을 고도화해 고객의 결제정보를 1500항목으로 분류한 뒤 분석 결과를 사업 전반에 활용하기 위한 체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근무환경도 자유롭고 유연하게 조성해 디지털회사의 면모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무실에 고정 자리를 없애고 조직을 단순하게 재편한 뒤 자율팀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복장과 출퇴근시간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직원들이 컴퓨터프로그래밍언어인 코딩에 익숙해지도록 회사 안 회의실, 카페, 휴게실 등 곳곳에 코딩언어를 붙여놓기도 했다.
디지털 관련 부서 인원을 2018년 6월까지 350여 명으로 늘렸는데 앞으로는 500명으로 확대한다.
현대카드는 카드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스타트업에 출자와 협력을 모두 하고 있다. DSC드림X청년창업펀드에 50억 원을 출자하면서 동시에 출자대상 스타트업과 사업협력을 추진해 새로운 기술을 발 빠르게 도입하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디지털금융으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데에는 카드회사로서 성장성의 한계에 직면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17년에만 전업 카드사 7곳의 순이익이 40.5% 감소하는 등 카드업계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2018년 1분기에는 현대카드 순이익이 2017년 1분기보다 51% 감소했다.
현대카드는 계열사인 현대·기아 자동차 카드구매에 의존해 2017년까지만 해도 2016년보다 순이익이 0.8% 소폭 늘었지만 그마저도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분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