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음성통화 중심으로 해외 로밍 요금제를 재편한 데 이어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와 같이 데이터 로밍 요금제도 손볼 가능성이 높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로밍ON요금제를 적용하는 국가를 최근 러시아와 캐나다까지 확대하면서 데이터 요금제 재편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로밍ON요금제는 해외에서 음성통화 요금을 국내와 같이 1초당 1.98원으로 적용하는 요금제로 5월30일 미국, 중국, 일본 3개국을 여행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출시됐다.
기존 KT의 러시아와 캐나다 지역 로밍 일반통화 최대 요금은 각각 1분에 5003원, 1분에 2277원 이었지만 이번 요금제의 확대로 두 나라에서 모두 통화요금이 1분에 119원으로 내려간다.
KT의 로밍ON요금제는 해외에서 평소 쓰던 번호로 일반 통화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이나 비싼 통화료를 감수하며 계속 사용해왔던 고객들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본인의 전화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장점”이라며 “자기 번호를 쓰게 되면 방문 국가의 영사관 등에서 안내문자를 계속 받을 수 있는 등 안전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주로 음성보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 KT의 음성통화 중심 로밍 요금제 변화는 실제 소비자들에 큰 반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T가 로밍 데이터 요금제를 손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동통신 여론조사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4일 공개한 ‘제27차 이동통신 기획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해외를 방문한 사람 가운데 과반수(52%)는 음성통화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음성통화를 먼저 건 사람은 18%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주로 데이터를 사용했다. 해외 스마트폰 활용 용도 조사(복수응답 가능)에서 가장 많이 쓰인 기능은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길 찾기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 검색(모두 64%)이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미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요금 인하를 앞세운 로밍 요금제를 내놓았다.
LG유플러스에서 5월28일 새롭게 내놓은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로밍 요금제’는 하루 1만3200원으로 속도 제어 없이 해외로밍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 역시 데이터 로밍 종량 요금을 기존 1MB 당 4506원(0.5KB에 2.2원)에서 563원(0.5KB에 0.275원)으로 87.5% 내렸고 일 데이터 요금 상한액을 기존 2만2000원에서 5000원으로 낮췄다. 3일에는 미주패스(미주 지역에서 30일 동안 데이터 3GB 제공, 3만3천 원)와 유럽패스(유럽 지역에서 30일 동안 데이터 3GB 제공, 3만9천 원)도 출시했다.
반면 KT의 해외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하루 1만6500원으로 하루에 500MB의 데이터를 사용하면 200Kbps의 속도 제한이 추가된다. 미주 지역 로밍 요금은 4만4천 원에 데이터 2GB를 제공한다.
내국인 출국자 수는 2014년 1608만 명이었으나 3년 만인 2017년 2650만 명으로 64.8%가 늘어났다. 로밍 요금제가 단순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들이 통신사를 선택하는 기준의 하나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