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판세가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한 ‘이혼하면 부천으로,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는 발언이 돌이킬 수 없는 '자살골'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막판 표심잡기를 위한 총공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정 전 대변인이) 탈당했지만 인천과 부천 시민들에게 상처를 준 것을 사죄한다”며 “반성의 뜻으로 당력을 결집해 인천과 부천의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그 발전에 더해 정책 대안, 예산 지원 등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 전 대변인은 7일 YTN뉴스에 출연해 “인천은 2014년 실업률과 가계부채, 자살률, 복지비 꼴찌가 맞지만 유정복 시장이 들어와서가 아니라 지역적 특성 때문”이라며 “서울 사람들이 양천구나 목동 등에서 잘 살다가 이혼하거나 하면 부천 정도로 가고, 부천에 갔다가 더 어려워지면 인천 이런 쪽으로 간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부망천’이라는 줄임말로 퍼지게 됐고 정 전 대변인은 8일 ‘인천·부천 시민께 사과드린다“며 당 대변인 자리에서 내려왔다. 10일 당 윤리위원회를 통한 징계가 예정되자 자진 탈당도 마쳤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정 전 대변인의 발언에 재차 사과하며 예정됐던 거리 유세를 일부 취소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9일 부산 유세 직후에 기자들을 만나 “(정 전 대변인의 발언은) 경박하고 잘못됐다”라며 “저도 막말을 했다고 하는데 반성하고 있으니 용서해 달라”고 사과의 의미로 4번 큰 절을 했다.
홍 대표는 10일 경북 김천과 대구에서, 11일 서울에서 지원 유세가 예정돼 있었으나 막말 파문 탓에 모두 취소했다. 인천을 방문해 ‘사죄 유세’를 하는 것도 수습할 방법이 아니라는 판단을 해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복 자유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는 하루 5만보 철야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거리유세에 집중해 왔지만 '이부망천' 파문이 커지자 유세를 미루고 10일 국회로 돌아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전 대변인의 정계 은퇴’를 요구하며 정 전 대변인과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 전 대변인을 비롯해 자유한국당을 향한 비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호진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자유한국당은 정 전 대변인의 ‘자진탈당 쇼’로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인천과 부천 시민들의 상처와 실망감은 이미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11일 논평을 통해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은 ‘선거용 사과쇼’가 아닌 진심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며 “한국당이 선거 막바지 불리한 판세를 뒤집어보고자 ‘위장사과쇼’ 등 ‘읍소 전략’에 집중하겠지만 더 이상 국민은 속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천과 인천 시민들은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부천시의원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도·시의원 후보 6명과 부천시민 30여 명은 11일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에 명예훼손 혐의로 정 전 대변인을 고소하기로 했다. 인천지역 11개 단체로 구성된 인천시민단체 연대는 9일 인천지방검찰청에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정 전 대변인을 고소했다.
신길웅 정의당 연수구 송도동 시의원 후보는 11일 시민 소송인단 613명을 모집해 정 의원에 6억31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정 전 대변인의 발언을 놓고 11일 YTN라디오 ‘수도권투데이’에서 “이것은 선거 막판에 나올 수 있는 자살골”이라며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처럼 스스로 정말 잘나가다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전 대변인은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나왔고 1986년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서초구청과 서울시청, 청와대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다가 2010~2013년에 인천시 기획관리실장을 지냈고 대구 행정부시장을 거쳤다.
20대 총선 때 대구북구갑 지역구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2017년 12월부터 자유한국당 대변인으로 일했다.
일부에서는 '이정망한'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성을 잃은 정태옥이 한국당을 정말 망하게 했다'는 이 말처럼 정태옥의 발언은 막판 선거판에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가 되고 말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