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노조)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사측의 인력 구조조정 확대와 임금 반납 조치를 막아내겠다며 산별노조 전환을 놓고 조합원 투표를 시작했다.
노조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 및 감원 문제는 대우조선해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산업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라며 “대우조선해양 인력 구조조정 등은 KDB산업은행 등 정부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사측이 아닌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산별노조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황 악화에 발목잡혀 경영상 어려움이 커지자 2016년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직원 수를 2015년 1만3천여 명 정도에서 올해 말까지 9천명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이런 계획을 지키려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말 9914명이던 직원들 가운데 1천 명 가량을 더 내보내야 한다.
정 사장이 직원을 내보내기란 쉽지 않다.
홍성태 노조위원장이 정 사장의 연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낼 정도로 노조 등 직원들이 정 사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줬다. 더군다나 대우조선해양은 지금 도크에 2년 정도의 물량이 쌓여 있어 감원을 추진할 만한 명분도 부족하다.
대우조선해양은 4월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로 227억6천만 달러, 96척를 확보해뒀는데 이는 지금 인력으로 2020년까지 소화할 수 있는 일감 규모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우선 정년퇴직 등으로 직원 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한다는 게 기본방침”이라며 “다만 올해 4분기에 이르러 연간 수주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그때 가서 희망퇴직 등 인위적 감원조치 등을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 사장이 채권단과 약속을 저버린다면 대우조선해양이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질타받을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민 혈세로 막대한 자금을 수혈받아 '대마불사의 논리'로 살아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바라보는 조선업계의 시선도 썩 곱지만은 않다.
STX조선해양의 사례와 같이 대우조선해양이 직원들을 희망퇴직 등으로 내보내되 이들을 협력업체를 통해 다시 고용하는 방법도 정 사장의 선택지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정 사장이 채권단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한다면 노조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 간신히 경영 정상화의 궤도에 들어선 대우조선해양의 앞길에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노조가 가입하려는 산별노조는 전국금속노조로 국내에서 가장 '강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재무구조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떨쳐낸 덕분에 올해 들어 선박 수주가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노사갈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선주들과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다.
▲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산별노조 전환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5월까지 자구계획안의 50%를 이행했다. 2020년까지 온 만큼을 더 가야 하기 때문에 노사갈등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은 대우조선해양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노조는 당초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산별노조 전환을 놓고 조합원 투표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투표 일정을 7일과 8일로 미뤘다.
노조는 또 이번 투표가 가결된다고 해도 당장 산별노조로 전환하지 않고 가입 결의만 하겠다며 속도를 늦췄다.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별노조 전환작업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투표가 가결되려면 전체 조합원 가운데 절반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며 투표인원의 3분의 2가 찬성표를 던져야 해서 만만치가 않다.
산별노조 전환투표가 가결되든 부결되든 정 사장 개인으로서는 이번 노조의 움직임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노조의 신뢰와 채권단과 한 약속 사이에서 정 사장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