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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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할 현금은 1조3천억 원 규모이고, 지분 매각 뒤 정몽구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30% 아래로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이번 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핵심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주식 1627만1460주(43.39%) 가운데 502만2170주(13.39%)를 시간외 매매를 통해 대량매매(블록딜)에 나섰다.
한 주당 매각가격을 예상매각 가격인 26만 원으로 계산했을 때 정 회장 부자가 확보한 자금은 총1조3천억 원이다. 현대모비스 시가총액 23조1700억 원의 5.6%에 해당한다.
매각 대상 주식은 정몽구 회장 몫이 180만 주, 정의선 부회장 몫이 322만2170주다. 이번 매매로 정몽구 회장은 4680억 원, 정의선 부회장은 약 8320억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이 돈으로 현대모비스의 지분의 3.5% 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 0.67%까지 합치면 현대모비스 지분의 약 4% 가량이 정 부회장의 몫이 된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문제는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열쇠로 꼽혀왔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로 이뤄져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8%를,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의 33.9%를,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놓고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팔아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다. 현대글로비스는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돈줄로 꼽힌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은 31.88%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6천억 원 가량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또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구조에서 빠져 있어 얼마든지 지분을 매각하고 현금화해도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시장에서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가치를 높여 자금을 확보한 다음 현대모비스 지분을 살 것이란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됐다. 정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서 ‘현대모비스 주가는 떨어질수록,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오를수록 좋다’라는 분석은 오래 전부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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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특히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지난해 3월 21만2500원에서 12일 30만 원까지 오른 반면 현대모비스는 같은 기간 20만1500원에서 23만8천 원까지 떨어졌다. 현대모비스는 한전부지 인수 컨소시엄에 참가한 뒤부터 꾸준히 하락했다.
이번 매매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표면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완료되면 정몽구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29.99%로 낮아져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대주주 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상장계열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