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와 관련해 미뤘던 증설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4일 “구미 E5생산라인 가동률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는 상태”라며 “파주의 E6생산라인도 설비 투자를 통해 하반기부터는 양산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5와 E6생산라인은 각각 월 1만5천 장 규모로 중소형 올레드를 생산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E5생산라인은 지난해 3분기부터 일부 양산을 시작했으며 현재 생산수율을 높이고 있는 단계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중소형 올레드와 관련해 3분기를 목표로 잡았던 E6생산라인의 가동시기를 6개월가량 미루고 파주 P10 공장 투자를 재검토하는 등 관련한 설비 투자 진행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는데 상황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애플이 2019년 모든 아이폰 모델에 올레드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보도되면서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 설비 투자를 재개해 생산 규모를 빠르게 늘려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2019년 출시하는 신제품 아이폰 모델 세 개에 모두 올레드패널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업계는 올해 애플이 LCD패널 모델 한 개, 올레드패널 모델 두 개를 내놓는 만큼 내년에도 비슷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아이폰X’용 중소형 올레드를 공급하지 않았던 데다 애플이 예상과 달리 올해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아이폰 모델 수를 줄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중소형 올레드 투자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올레드패널의 높은 가격 탓에 스마트폰회사들이 LCD패널을 선호하면서 올레드패널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된 탓도 컸다.
하지만 애플이 전략을 바꾸게 되면 중소형 올레드 수요 증가에 따라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올레드패널을 공급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독점적으로 중소형 올레드를 공급하고 있지만 애플의 중소형 올레드 수요가 늘어나면 공급물량을 충족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외에 삼성전자에도 중소형 올레드를 공급하는 만큼 애플에 공급할 물량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신한금융투자는 아이폰용 올레드패널 수요만 2019년 1억6천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8천만 대 수준에서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적으로 애플에 공급하고 있지만 애플이 디스플레이를 받을 회사를 다변화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올레드의 공급가격은 약 100달러 수준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비싼 편이다. 이 때문에 애플은 4월 삼성디스플레이에 올레드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LG디스플레이나 중국 BOE 등 디스플레이를 받는 회사를 다양하게 확보할수록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BOE는 아직까지 중소형 올레드 기술력이 뒤처지는 만큼 애플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가능성은 낮다. 더욱이 화웨이와 함께 접는 스마트폰용 올레드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플에 공급할 물량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애플이 LG디스플레이로부터 디스플레이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셈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아직까지 중소형 올레드 기술력이 부족한 편이지만 이미 투자계획을 잡아둔 만큼 수율을 높여 애플에 공급할 물량을 확보해 투자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