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조 회장은 5천억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로 재무구조 개선 승부수를 띄웠으나 시장의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12일 대한항공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0.88% 하락한 4만4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이 3.4% 하락한 것을 비롯해 한진해운, 한진, 한국공항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저유가 수혜주로 꼽히는 대한항공은 물론이고 그룹주 전체가 이처럼 부진한 것은 한진그룹의 재무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유상증자가 ‘언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최종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12일 보고서에서 “대한항공 증자로 한진그룹 크레딧(기업신용도) 위험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기 이르다”며 “업황회복과 강력한 구조조정이 지속되지 않는 한 5천억 원 증자는 단기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적 부담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역할에 불과할 뿐”이라고 진단했다.
대한항공은 전체 차입금이 14조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1년 안에 도래할 차입금은 4조8천억 원이며 이 가운데 회사채는 1조 원 규모다.
최 애널리스트는 “LA호텔 건설 비용과 한진인터내셔널(HIC) 지급 보증이 있고, 한진해운에 대한 재무지원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진그룹의 크레딧 건전성은 유가하락 시기 대한항공의 현금창출 능력, 고강도 자산매각 실현 등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한진그룹은 2013년 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총 5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맺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은 3조5천억 원, 나머지는 한진해운이 자구안을 이행한다.
대한항공은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매각(2조2천억 원), B747-40 등 노후항공기 13대 매각, 인천 율도 비축유 기지 등 부동산자산 매각(1조400억 원) 등을 이행해 자구계획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에쓰오일 지분 매각은 최대주주 아람코와 매각협상 과정에서 예상보다 2200억 원이 줄어든 1조9800억 원에서 계약이 체결됐다. 게다가 지분 매각대금도 당국의 인허가에 발목이 잡혀 입금되지 않고 있다.
노후 항공기 매각작업도 순조롭지 않다. 예정금액 2500억 원 가운데 579억 원만 이행됐다. 부동산 매각은 지난해 말까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에서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조양호 회장이 올해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을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진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해 그룹 순환출자구조 해소작업을 7월까지 마쳐야 하는 상황이어서 재무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재벌닷컴이 12일 내놓은 ‘2010∼2013년 10대그룹의 부채현황’에서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2013년 말 기준 452.4%로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다. 이는 두번째로 부채비율이 높은 한화그룹 144.8%의 3배에 이른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이 2010년 248.3%에서 2013년 452.4%로 3년 만에 2배 가까이 높아진 데다 높아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부채총액도 2013년 말 18조7천억 원에서 지난해 9월 말 19조3천억 원으로 6천억 원 늘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23.3%에서 837.0%로 13.7%포인트 높아진 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 100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등급이 강등돼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려워져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6일 창사 이래 최대인 5천억 원 규모로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도 일시적이나마 자금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도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특히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으로 자회사 한진해운의 추가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의구심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지난 6년 동안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 재무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구조조정 고삐를 죄고 조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이번 유상증자에 주요 주주인 한진칼 등 자회사들이 참여하고 조양호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주주명단에서 빠져 있어 부담을 지지 않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