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코리아가 국내 판매권에 마케팅까지 유한킴벌리에게 맡겼다.
유니레버코리아는 사업부진에 생활용품부문에서 몸집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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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선 유니레버코리아 사장 |
유한킴벌리는 유니레버코리아와 업무제휴를 확대해 유니레버 제품의 국내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유니레버코리아는 2010년 유한킴벌리와 업무제휴를 맺고 국내 독점 판매권을 맡겼다. 이번에 마케팅 부문까지 넘기면서 제품생산과 전략업무만 하게 됐다.
유한킴벌리가 마케팅과 판매를 담당하게 된 유니레버의 주요 제품은 비누, 샴푸, 로션, 클린징과 데오도란트, 아이스티 등이다.
유니레버는 글로벌 종합 소비재 기업이다. 유니레버의 대표 생활용품 브랜드에 도브, 폰즈, 바세린, 럭스가 있고 식품에 홍차인 립톤이 있다. 유니레버는 1930년 네덜란드의 마가린 유니와 영국의 레버브라더스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유니레버는 1985년 애경을 합작 파트너로 삼아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뒤 유니레버는1993년 유니레버코리아를 설립하며 독자 사업에 나섰다.
그런데 유니레버코리아는 국내시장에서 부진하자 이번에 유한킴벌리에게 마케팅까지 넘기게 됐다.
지난 9일 시장조사기관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생활용품 시장은 약 2조5천 억~3조 원대로 추산된다. 샴푸와 린스, 바디용품과 비누, 섬유유연제, 세탁세제, 주방세제 등을 합친 규모다.
국내 생활용품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한다.
지난해 1~10월 누적판매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에서 LG생활건강은 샴푸·린스(32.9%), 섬유유연제(39.4%), 세탁세제(33.5%), 주방세제(43.4%), 비누(36.6%) 등 5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애경이 각 부문별 2~3위를 다투고 있다. 국내 기업 3곳의 부문별 점유율이 평균 70%를 넘는다.
유니레버는 비누 부문에서 6.9%을 차지해 3위를 기록했다. 샴푸·린스 부문에서 5위로 2.6%의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섬유유연제, 세탁세제, 주방세제 부문에서 5위 안에 들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니레버와 P&G 같은 글로벌기업들이 국내에서 고전하는 것은 한국시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글로벌기업들은 국내 마켓에서 '1+1' 행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자세를 유지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유니레버코리아의 국내 매출은 2002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유니레버코리아는 2002년 매출은 1540억 원에 이르렀지만 2013년 510억 원을 기록해 10년 전에 비해 3분의 1 토막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대행사를 통해 국내에 처음 진출했다가 사업이 잘되면 직접 뛰어들고 안 될 경우 발을 빼는 경우가 많다"며 "유니레버도 국내시장에서 성과가 좋지 않아 판매권과 마케팅을 유한킴벌리에 모두 맡기고 판매수익만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레버코리아는 생활용품에서 힘을 빼고 식품군을 강화하려고 한다. 유니레버는 한국시장에 아이스크림과 다른 식품군의 제품을 곧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레버코리아는 지난 7일 이민선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유니레버코리아가 그동안 한국시장에서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했다면 앞으로 식품부문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전까지 홍차브랜드 립톤 등 제한적 상품만 들여왔지만 드레싱 등 다양한 상품을 곧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