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의 면세점사업이 말 그대로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DF가 호텔신라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됐다. 앞으로 판세도 불리하지 않다.
신세계DF(신세계면세점)는 호텔신라(신라면세점)보다 DF1구역과 DF5구역 모두에서 크게 높은 가격을 써냈다.
면세점은 흔히 ‘머니게임’이라고 불린다.
물론 심사항목에 다양한 항목이 있긴 하다. 이번 입찰에서도 입찰가격 40%, 사업능력 60%의 배점으로 후보를 선정했다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밝혔다.
그럼에도 사실상 결국 입찰가격이 관건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과거 최고가를 써낸 사업자가 탈락할 때마다 사업자의 반발과 함께 공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어나는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에도 롯데면세점이 두 구역 모두에 가장 높은 가격을 썼음에도 탈락하자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과거에도 대부분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사업자가 선정됐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DF1에 2800억 원, DF5에 680억 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두 곳 모두 이번에 입찰에 나선 4곳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신세계면세점은 DF1에 2760억 원, DF5에 680억 원을 적어 냈다. 롯데면세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번에 중간에 철수하면서 이번 입찰을 초래했다는 ‘원죄’가 있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장의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비슷한 수준을 써낸 신세계면세점의 통 큰 베팅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
정 총괄사장은 과거 신세계면세점이 김해공항에서 철수한 전적이 있다는 약점과 경쟁사보다 부족한 경험을 ‘베팅’으로 만회했다. 반면 신라면세점은 이 둘보다 훨씬 적은 2200억 원, 500억 원을 각각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은 2012년 부산 시내면세점으로 면세사업을 시작해 2014년 김해공항면세점, 2015년 인천공항면세점에 진출했다. 현재 면세점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신세계DF가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면세점사업을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신세계면세점은 개점 2년여 만에 이미 확고한 3위 사업자에 올랐다. 정 총괄사장의 확실한 의지 덕분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찰결과에 따라 국내 면세점시장 점유율 6~7%의 향방이 갈린다. 이번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예외적으로 중복 낙찰을 허용했기 때문에 한 사업자가 두 구역을 모두 차지할 수도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시장 점유율은 롯데면세점이 41.9%, 신라면세점이 23.8%(HDC신라면세점을 포함하면 29.6%), 신세계면세점이 12.7%였다. 두 구역이 모두 신세계면세점 품에 안기면 신세계면세점의 점유율은 19%까지 뛴다. 반면 롯데면세점 점유율은 30%대 중반까지 떨어진다.
여기에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강남점 개장도 앞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