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십수 년을 일했지만 아직도 매일 새로운 일을 하는 느낌이 든다.”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그룹 총괄사장이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업계의 흐름이 워낙 빠르다 보니 격변의 순간을 보냈다 싶으면 매번 더 변화가 몰려온다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업계는 다시 한번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라는 강력한 신흥 강자가 SM엔터테인먼트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 역량의 중요성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SM엔터테인먼트와 키이스트, SM라이프디자인그룹(옛 FNC애드컬쳐)의 시너지를 내는 데 분주하다.
김 시장은 5월 SM라이프디자인그룹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이 세 회사의 경영을 모두 이끌게 됐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 의장과 키이스트 공동대표 등을 동시에 맡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3월 키이스트와 SM라이프디자인그룹을 인수해 ‘엔터테인먼트 왕국’으로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한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의 변화도 만만치 않았지만 앞으로 더 큰 변화가 업계에 닥쳐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 말대로 SM엔터테인먼트가 수년 동안 견고한 1위를 지켰던 업계에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가 걸그룹 선두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탄소년단이 보이그룹 선두를 빼앗아 갔다.
김 사장은 “SM엔터테인먼트는 1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문화적, 스타적 가치를 볼 때 1위를 하느냐 못 하느냐는 영향이 크다”고 말해왔는데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방탄소년단은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멈추지 않을 기세로 성장하고 증시에서 방탄소년단 수혜주가 춤을 추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최대주주에 오른 키이스트 역시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일본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탄 수혜주로 꼽히기도 했다. 다만 현재는 팬클럽 관리만 맡고 있다.
따라서 방탄소년단의 성장은 김 사장에게 분발을 다짐케 하는 자극제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인수 결정 역시 ‘방탄소년단 쇼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물론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다 해도 SM엔터테인먼트 사업규모는 그 누구도 쉽게 넘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거대해졌다.
김 사장은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새판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배우기획사이자 드라마제작사인 키이스트 인수로 콘텐츠 역량을 높였다. 유튜브 등 국경을 초월하는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콘텐츠 제작 역량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키이스트 자회사인 디지털어드벤처를 통해 일본에서 한류 콘텐츠 제작 등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어드벤처는 일본에서 한류 최대 방송채널인 KNTV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부진했던 식음료와 패션, 레져 등 라이프스타일사업도 SM라이프디자인그룹 인수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된다.
김 사장이 이런 시너지 효과를 성공적으로 낼 수 있다면 SM엔터테인먼트가 시가총액 1조 원 시대를 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7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시총 1조 원을 돌파했고 이후로도 넘어선 적이 있지만 이 고지에 잠시 머물렀을 뿐이다. 현재 시총은 9500억 수준이다.
황현준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SM엔터테인먼트는 키이스트와 SM라이프디자인그룹 인수에 따른 시너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바라봤다.
김 사장은 1999년 입사해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의 신뢰를 짐작할 수 있는 초고속 승진가도를 밟았다. 사원에서 5개월 만에 승진해 '최단기 팀장'이 됐고 보아의 일본 진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을 세웠다. 입사 1년 만에 계열사 사장으로 승진했고 2005년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됐다.
테이프를 사 듣던 시절 사원으로 들어와 이제는 유튜브와 스트리밍 시대에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엔터테인먼트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김 사장의 걸음도 바쁘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