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면 전 세계적으로 e스포츠가 미처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거대해져 있을 것이다. 그 때 가서 사람들이 내가 활약하던 시대를 떠올렸을 때 좋은 기억이 되었으면 한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해외 인터넷매체인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The Players Tribune)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 '페이커' 이상혁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
1일 e스포츠 업계에 따르면 이씨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에서 e스포츠가 스포츠로 인정받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번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인 e스포츠부문의 국가대표 명단을 5월31일 공개했다. e스포츠계 최고의 ‘월드 스타’ 이씨도 명단에 포함됐다.
그는 ‘롤챔스’, ‘롤드컵’ 등 세계의 주요 e스포츠 대회의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e스포츠 최고의 월드 스타다.
세계 각지에 조직되어 있는 그의 팬클럽이 그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e스포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 가운데 ‘페이커(Faker)’라는 그의 닉네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스포츠계의 메시'로 불릴 정도다.
그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 명단 발표 후 한 인터뷰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가 세계 대형 스포츠대회에 처음으로 나서는 대회”라며 “첫 단추를 좋게 꿰어서 다음에 나서는 주자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 처음 세계인 앞에 나서는 대회다. e스포츠가 스포츠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세계 e스포츠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게임 통계 사이트 뉴주(Newzoo)에 따르면 2018년 세계 e스포츠시장 규모는 9억600만 달러(약 9746억 원)에 이른다. 2019년에는 1조 원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e스포츠시장 규모도 올해 1천억 원 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기업들 역시 e스포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e스포츠팀은 대부분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SK의 ‘SK텔레콤T1’, KT의 ‘KT롤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상금 규모도 점점 거대해지고 있다.
최근 해외 게임회사 에픽게임즈의 한국법인인 ‘에픽게임즈 코리아’가 PC온라인 총싸움게임 ‘포트나이트’의 2018-2019년 e스포츠대회 총 상금으로 1억 달러(약 1075억 원)를 내걸었을 정도다. 한국 프로야구(KBO)의 한국시리즈 평균 우승 상금이 약 30억 원 정도라는 것을 살피면 엄청난 금액이다.
이씨가 기고문을 올렸던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유격수 데릭 지터가 만든 인터넷매체로 선수가 직접 스스로의 이야기를 기고하는 사이트다.
네이마르, 코비 브라이언트,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 세계적 스포츠 스타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이 사이트에 실었다. 세계는 이미 이씨를 ‘스포츠 스타’로 인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국내에서 e스포츠 인식은 제자리걸음하는 수준이다.
한국은 얼마 전까지 이번 아시안게임 e스포츠부문에 국가대표 선수를 출전시키지 못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지방 시·도 체육회에서 한국e스포츠협회 지부의 체육회 가입을 받아주지 않은 탓이다.
롤드컵, 게임월드컵(WCG) 등 각종 세계 e스포츠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이 땅에 떨어질 뻔 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를 놓고 “체육계에서 ‘e스포츠를 제도권 스포츠로 봐야 하는가’ 하는 회의적 시선이 존재 한다”며 “그런 시선을 극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상혁은 1996년 5월7일에 태어났다. 2013년 리그오브레전드 프로팀 'SK텔레콤 T1'에서 데뷔했다.
2017년까지 주요 e스포츠 대회에서 우승 14회, 준우승 5회를 거뒀고 주요 MVP로 5회 선정됐다. 통산 전적은 391전 285승 106패로 승률은 72.9%다.
현재까지 누적 상금은 모두 약 12억 원으로 리그오브레전드 전체 프로게이머 가운데 1위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