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18-05-27 0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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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 위험을 크게 안을 수도 있다.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은 금융업계에 오랜 기간 몸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후분양제 도입에 따른 위험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후분양제가 민간 건설사까지 확산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상품 구성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017년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보증하는 상품인 ‘주택분양보증’의 잔액은 188조2081억 원으로 전체 보증잔액의 51.7%에 이른다.
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상품인 ‘주택사업 금융보증’ 잔액은 10조3339억 원으로 전체의 2.8%에 그친다.
후분양제가 본격 도입되면 건설사는 분양금으로 건설자금을 마련할 수 없는 만큼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활발히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주택분양보증이 줄고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보증이 늘어날 수 있다.
이갑섭 KB국민은행 구조화금융부장은 ‘후분양제도와 보증기관 리스크 관리’ 보고서에서 “후분양을 하게 되면 현재 분양보증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주택분양보증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보증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미래의 현금흐름 등 사업의 장래성을 보고 자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금융방식으로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다. 이와 관련한 보증 상품이 늘어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 위험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이갑섭 부장은 보고서에서 “선분양 보증에서 후분양 보증으로 전환되면 보증기관은 보증 속성과 상품 구성이 변하면서 보증 위험이 커진다”며 “늘어나는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후분양제 특성에 맞는 위험 관리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광 사장이 금융투자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금융인이라는 점이 후분양제 도입에 따른 위험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2015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출범한 뒤 처음 맞은 금융계 출신 사장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신인 대한주택보증 시절부터 따져봐도 2008년 NH투자증권 사장을 지냈던 남영우 전 사장 이후 10년 만이다.
이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행, 한일투자신탁운용 전무, 한국투자증권 상무, 숭실대학교 금융학부 겸임교수 등을 역임한 정통 금융인으로 2018년 3월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에 올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과거 대한주택보증 시절부터 국토교통부(옛 건설교통부) 출신 관료나 건설업계 인사가 사장에 앉았던 것과 사뭇 다르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후분양제 도입에 따라 건설사의 신용평가를 더욱 강화해야 하고 새로운 보증 상품 출시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 사장의 과거 금융권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이재광 사장은 국내외 금융투자회사를 두루 거친 금융 전문가”라며 “후분양제 확대 도입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다각도로 검토하며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