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4일 “현대차그룹이 긴 시차를 두고 새 지배구조 개편안 추진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그룹에서 승계구도 재편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빠른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대내적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할 필요성이 높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 부회장은 2017년부터 정 회장을 대신해 해외 법인장 회의를 주관하고 있으며 조직 개편 및 인사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 법인 관리와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 출장을 대폭 늘리는 등 현장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8년 3월에는 현대제철 사내이사에도 재선임됐다.
반면 정 회장은 2017년 9월 중국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한 뒤로 외부에 알려진 경영활동이 없다. 특히 2018년 3월 현대건설 등기 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필두로 정부 유관 부처가 일관되게 재벌개혁을 밀어부치고 있는 점도 현대차그룹이 이른 시일 안에 새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얼마 전 제시된 헌법 개정안은 헌법 10장 12조에 ‘상생’이라는 경제민주화 개념을 포함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여러 부처에서 동시다발적 재벌개혁이 진행 중”이라며 “정부가 이런 강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 주주의 반대는 현대차그룹에 조속하며, 더욱 주주 친화적 새 개편안을 제시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대차그룹은 새 개편안에서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을 배제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존 개편안을 놓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이 현대글로비스에 유리하게 산정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준비 중인 새 지배구조 개편안의 방향을 크게 세 가지로 전망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3곳을 각각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분할한 뒤 3사의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사를 만드는 방안, 기존 개편안의 틀을 유지하되 분할합병 대상을 바꾸는 방안,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모듈과 AS부품사업을 맡는 회사를 설립한 뒤 이를 다시 상장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개편안 발표 이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 친화정책을 추가로 내놨는데 기존 개편안 철회 이후에도 주주 친화정책을 강화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지난 5년 동안 실적 부진을 겪었고 옛 한국전력 부지 매입 등 일반 주주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의사결정으로 주주의 신뢰를 잃었다”며 “새 개편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을 배제할 뿐만 아니라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 정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1일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고 기존 개편안을 보완 및 개선해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