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관세청 등 정부 수사기관은 대한항공 직원들의 추가적 제보로 한진그룹 갑횡포와 비리 의혹을 놓고 수사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카카오톡 제보방을 통해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횡포와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 증거 등을 지속적으로 제보하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최근 카카오톡 제보방을 통해 대한항공 내부의 이메일 4건을 언론매체에 제공했다.
대한항공 비서실과 인사부, 마닐라지점 등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지시에 발맞춰 어떻게 움직였는지 자세히 적혀 있으며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이 이에 개입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오마이뉴스는 22일 보도했다.
법무부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11일에는 대한항공 인사전략실과 노사협력실, 조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대한항공 직원들 제보는 정부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신빙성을 얻고 있다.
관세청은 21일 경기도 일산의 대한항공에 기내식 등을 납품하는 협력사를 압수수색해 조 회장 일가가 밀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물품 2.5톤가량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KIP’, ‘DDA’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지칭하는 코드명이 물품 상자에 적혀 있었고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책상 등 가구나 미술품, 파티용품 등이 압수물품에 포함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애초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은 카카오톡 제보방 등을 통해 오너일가가 쓸 가구, 생활용품, 농특산물, 명품 등 물품을 대한항공을 활용해 세관을 거치지 않고 실어 날랐다고 폭로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사에 들어간 뒤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이번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압수물들을 보면 직원들 제보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밀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물건들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며 “앞으로 참고인 조사 등을 거쳐 사실을 가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4차 촛불집회를 열어 조 회장과 조 사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퇴진을 요구하며 중대한 발표를 내놓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조 회장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통한 공식사과 외에 침묵을 지켜왔다. 직접 연루된 비리 의혹이 적은 데다 명백한 물증이 없는 만큼 법적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사퇴하도록 하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대한항공 부회장에 내세우거나 진에어 등기이사를 유지한 채 대표이사에서 내려오는 등 방안을 내놨지만 이런 대응만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한항공 직원들이 앞으로 조 회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비리 의혹 등을 내놓을 수도 있어 조 회장에게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조 회장이 직접 저지른 불법행위가 드러나게 되면 주주들이 이사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어 조 회장은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상법 제385조2항은 이사가 그 직무와 관련해 부정행위 또는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중대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그 해임을 부결한 때에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총회 결의가 있는 때로부터 한 달 안에 그 이사의 해임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갑횡포 근절 캠페인' 상징.
조 회장이 자진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으면 이사 해임 소송이 조 회장 퇴진을 이끌어내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항공업계에서 나온다.
조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칼이나 대한항공 이사회가 임시 주주총회를 결의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조 회장이 그의 해임을 결의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지도 않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