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이 경영권 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남제약 최대주주인 이희철 전 대표와 현재 경남제약 전문경영인 측, 소액주주 모임이 3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경남제약, 경영권 놓고 3파전
23일 경남제약에 따르면 24일까지 회사를 인수할 적격 투자자로부터 인수제안서를 접수하고 6월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에 앞서 경남제약 최대주주인 이희철 전 대표가 에버솔루션-텔로미어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은 국세청이 이 전 대표의 주식 234만4146주(지분 20.84%)을 압류하면서 17일 해지됐다.
경남제약은 1957년 설립된 이후 여러 주인을 거쳐 2007년 이희철 전 대표에게 인수됐다.
이 전 대표는 태반제제 원료 공급업체 화성신약 대표 출신으로 2003년 HS바이오팜을 창업했고 2007년 경남제약을 인수했다.
이 전 대표는 2007년부터 2013년 1월까지 경남제약 경영을 맡았는데 2008년 적자에도 분식회계를 통해 흑자로 회계처리를 했고 이 때문에 2014년말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됐고 지난해 2월 징역 3년을 받고 다시 수감됐다.
류충효 대표 등 현 경남제약 경영진은 지난해 9월 이 전 대표를 상대로 분식회계로 회사에 입힌 손해를 배상하라며 160억 원 청구소송을 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1월 그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매수 주체를 놓고 페이퍼컴퍼니 의혹 등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현 경영진과 분쟁이 확대됐다.
거래소는 3월2일 코스닥 상장사인 경남제약에 주식거래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3월22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고 5월15일 경영개선기간 6개월을 부여했다. 상장폐지는 이후 결정된다.
현 경남제약 경영진은 이 전 대표와 별개로 제3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섰다.
그러자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들이 임기를 연장하거나 거액의 퇴직금을 받기 위해서 미리 특정업체를 인수자로 내정해놓았다고 봤다.
특히 경남제약은 인수후보들이 낼 제향서 제출시한을 5월4일 오후부터 11일 오전10시까지로 했는데 소액주주들은 “회사 측이 제시한 기간이 연휴가 겹치는 기간이라 4영업일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짜고 치기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은 집단행동에 나섰고 현 경남제약 경영진을 상대로 매각 과정에 소액주주 대표가 참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보안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현 경영진 해임을 관철하기 위해 임시주총 소집을 추진하고 있다.
◆ 경남제약, 누구 품에 안기나
경남제약은 영업이익 흑자를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경남제약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연간 매출로 각각 360억 원, 391억 원, 398억 원, 402억 원을 냈고 영업이익으로 36억 원, 68억 원, 50억 원, 37억 원을 올렸다.
▲ 류충호 경남제약 대표가 2017년8월20일 넥센히어로즈 경기에서 시구하고 있다. |
특히 경남제약은 대중들에게 친숙도가 높은 일반의약품(OTC) 제품군과 이를 위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경남제약은 국내에서는 비타민C제품 ‘레모나’가 승승장구하고 있고 무좀약 ‘PM’으로도 유명하다. 인후염 치료제 ‘미놀에프트로키’도 보유하고 있다.
레모나는 4월 중국에서 열린 건강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중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레모나뿐 아니라 화장품 도매사업도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제약을 인수하려는 후보들은 적지 않은 돈을 동원해야 한다.
경남제약의 최대주주가 되려면 최소 318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주식 132억 원어치에 전환사채 186억 원어치를 인수해야 239만 주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이 전 대표가 보유한 234만 주와 비슷한 수준인데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거액을 추가로 들여야 한다.
경남제약을 인수하더라도 만약 이 전 대표 측이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해 버리면 제3자가 최대주주에 맞먹는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돼 다시 경영권 분쟁이 불붙을 수도 있다.
소액주주들과 관계 설정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현 경영인이 추진하고 있는 매각이기에 경남제약의 새로운 주인이 되더라도 소액주주들로부터 현 경영진과 한 배를 탔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소액주주들과 좋은 관계를 설정하게 되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소액주주들이 모은 지분율은 12%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