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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중 조석래 '나도 할 말은 있다' 항변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3-18 15: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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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중 조석래 '나도 할 말은 있다' 항변  
▲ 탈세 및 배임, 횡령 혐의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조석래(가운데)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1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할 말이 많은 듯하다. 탈세와 배임, 횡령 혐의로 기소돼 본격 재판을 앞두고 있지만 “효성그룹을 위한 일”이고, “금융위기를 넘기기 위한 불가피한 일”이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이런 항변은 과거 재벌총수에 대한 재판에서 그 씨앗이 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재판부는 그 판단 배경으로 이런 것들을 들었다. “개인적 치부를 위한 전형적 범죄와 차이가 있어 상당 부분 참작할 여지가 있다.” “피고인이 꾸준히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해 1597억 원을 공탁했다.” “그동안 경제건설에 이바지했다.” “건강상태가 나쁘다.”


조석래 회장도 이런 전례를 들어가며 선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조 회장 사건의 발단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효성물산은 무리한 수출로 인해 1조 원대의 적자를 내면서 파산위기에 직면했다. 효성그룹은 효성물산을 파산시키려 했지만 정부와 채권은행이 그룹 해체를 운운하며 ‘파산 불가’ 압력을 넣었다. 효성그룹은 계열사 간 합병과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회사를 살려냈다. 효성물산은 부실기업이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자구노력으로 회생한 대표적 사례다.

효성물산의 회생과정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만들어졌다. 효성그룹은 효성물산이 낸 1조 원대의 부실을 10여 년에 걸쳐 나눠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정리해나갔다. 그러나 지난해 5월부터 국세청이 효성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과정에서 드러났고, 급기야 검찰고발로 이어졌다.


조 회장은 이런 사정을 들어 지난 1월 검찰에 기소되자 할 말이 있다고 항변했다. 부실기업을 정상화했는데 부실을 나눠 정리했다고 포탈혐의를 씌우고 있으니 억울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조 회장쪽 변호인은 1차와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회장의 행위가 “효성그룹을 위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김종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회장 측 변호인들은 “과거 정부 정책 아래 누적된 부실을 해결하고 차명 주식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면서 “조세포탈 의도는 없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효성의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은 탈세를 위한 개인 소유회사라는 검찰의 판단에 대해 변호인들은 “조 회장 개인 회사가 아니라 효성이 설립한 회사”이기 때문에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조 회장이 2010년 담낭암으로 담낭과 간을 절제하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 전이나 재발에 대한 주시가 필요한 상태”라며 “이러한 사정을 살펴서 재판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승연 회장 집행유예 때 재판부가 개인적 치부를 위한 일이 아니고 건강을 참작했다고 밝힌 점을 변론에서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지난 17일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들의 주장은 되풀이 됐다. 변호인들은 “IMF 외환위기 당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불가피하게 행한 일로 부정한 행위라 볼 수 없다”며 거듭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조세의 대상이 되는 주식의 소유주가 조 회장이 아니라 효성이기 때문에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차명주식을 보유한 것은 맞지만 경영전략상 경영권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효성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재판 결과를 근거로 들며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거래는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들은 “조 회장의 공동 변호인이 새로 선임돼 구체적 의견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4차례의 준비기일을 요청했다. 이같은 요청은 조 회장이 직접 법정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준비절차를 늘려 조 회장의 법정출석 부담을 줄이는 한편 치열한 법리논쟁을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지난 1월 조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 이상운 부회장 등 그룹 임직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대상에 전략본부 임원 김모씨, 지원본부장 노모씨도 포함됐다.


조 회장은 2003년부터 10여 년 동안 8900억 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7억 원을 포탈하고 효성의 회계처리를 조작해 주주 배당금 500억 원을 불법으로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임직원이나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효성과 카프로 주식 수천억 원어치를 사고팔아 1318억 원의 양도차익을 얻고 소득세 268억 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법인 자금 690억 원을 횡령해 개인 빚이나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의 채무 변제에 쓰고 자신의 페이퍼컴퍼니가 효성 싱가포르 법인에 갚아야 할 채무를 전액 면제토록 지시해 회사에 233억 원의 손실을 끼친 배임혐의도 적용됐다.


조 회장의 아들 조 사장은 효성 법인자금 16억 원을 횡령하고 조 회장으로부터 해외 비자금 157억 원을 증여받아 증여세 70억 원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의 다음 재판은 다음달 14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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