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그동안 다져놨던 은행부문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산운용, 증권 등을 중심으로 비은행부문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주사 전환 작업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비은행부문을 추가로 강화하고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순이익 규모를 대폭 키울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은 이사회, 금융당국,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쳐 2019년 초까지 지주사 전환을 마치기로 했다.
은행법 제37조에 따르면 은행은 자기자본 20% 이하 규모로만 자회사를 둘 수 있어 우리은행은 자회사에 추가로 출자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국내외 자회사에 이미 투자된 자금을 빼면 은행법상 남은 출자여력은 7천억 원 정도로 추산됐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되면 제한이 사라진다. 금융지주회사 아래 여러 개의 금융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다.
2009년에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출자한도(자기자본 100% 이내)가 폐지됐고 현재는 이중레버리지비율 130% 안에서는 자회사 출자가 가능하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출자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당국이 감시하고 있는 금융지주회사의 재무안전성 기준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주사체제로 전환하면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수익성 높은 다양한 업종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산운용부문에 이미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지주사로 바뀐 뒤 가장 먼저 자산운용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출신 투자전문가 김경우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 대표이사가 3월 영입된 뒤 홍콩계 대형 증권사와 3천억 원 사모대출펀드(PDF) 계약을 맺고 자산운용규모 불리기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대표는 사기를 북돋고 회사 위상을 높이기 위해 2017년 말 청산된 우리블랙스톤사모펀드(PEF)의 초과수익 가운데 많은 성과금을 내부 운용인력에 인센티브로 나눠주기로 했다.
우리은행이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손을 뻗을 수 있는 금융회사로 아주캐피탈도 꼽힌다.
우리은행은 2017년 6월 아주캐피탈에 1천억 원을 투자하면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는데 2019년 6월 투자계약이 끝날 때 자회사로 편입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동시에 아주캐피탈의 100% 자회사인 아주저축은행까지도 끌어안을 수도 있다.
아주캐피탈은 2014년 업계 자산순위 3위였으나 2017년 12월 말 10위로 내려가 우리은행처럼 자본력이 튼튼한 금융회사와 손잡는 일이 절실해졌다.
아주캐피탈은 1분기 순이익 230억 원을 보여 내실에 있어서는 다시 경쟁사와 견줄 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도 분석됐다.
금융지주회사에 속한 캐피탈회사 1분기 순이익을 살펴보면 KB캐피탈 353억 원, 신한캐피탈 258억 원, 하나캐피탈 254억 원, NH농협캐피탈 115억 원 등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은 본업인 은행부문에서는 이미 다른 금융지주사의 은행들과 경쟁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만큼 지주사 전환과 함께 비은행부문까지 강화하면 금융권 강자로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분기를 기준으로 우리은행은 순이익 5506억 원을 거뒀다. KB국민은행이 순이익 6902억 원을 냈는데 일회성 이익을 제거하면 5752억 원 정도다. KEB하나은행은 6319억 원, 신한은행은 6005억 원, NH농협은행은 3176억 원을 거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