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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고수한 장자승계 원칙, 다른 그룹의 승계방식은 바뀌었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8-05-21 15: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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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벌 역사가 3~4세대로 넘어올 정도로 오래되면서 승계의 법칙도 각양각색이다.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이 주목받고 있다. 장자승계 원칙은 과거에 일반적 경영승계 방식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는 그룹들도 적지 않다. 

장자승계는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이 적어 지배구조의 안정성에서 긍정적 측면도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환경에 놓인 점에서 승계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거나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경영권 분쟁으로 동생이 경영권 물려받은 롯데

2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그룹은 아직까지는 LG그룹과 마찬가지로 장자승계를 이어가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역시 장자로서 경영권을 물려받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LG가 고수한 장자승계 원칙, 다른 그룹의 승계방식은 바뀌었나
구광모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

이 밖에 한화그룹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한화그룹의 주력사업을 물려받을 것으로 전망되며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정몽준 최대주주의 장남이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LG그룹은 다른 그룹보다 극단적으로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회장이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구광모 상무를 양자로 입적까지 해가며 장자승계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의 두 딸은 경영에 단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 LG그룹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경영 참여를 전면적으로 배제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에서는 딸들에게 경영에 참여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며 "글로벌기업과 경쟁하는 지금과 같은 경영환경에서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슷한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 3년 사이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롯데그룹은 한때 일본롯데는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롯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각 맡아 경영하는 형제경영 구도가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지만 현재는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통합 경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전투구가 벌어지긴 했지만 결국 신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을 이끌면서 보여준 경영능력이 신 회장을 한일 롯데를 아우르게 만드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시각이 많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를,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를 맡은 지 20여 년이 지났을 당시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2016년을 기준으로 한국 롯데 매출은 92조 원이었는데 일본 롯데 매출은 3조 원대에 그쳤다.

롯데그룹에서 형제경영이 깨진 이유를 놓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고령으로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아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신격호 명예회장이 장자승계 원칙을 따라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명확히 해줬다면 적어도 형제 사이의 갈등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 남매가 선의의 경쟁 펼치는 신세계

신세계그룹은 주요그룹 가운데 여성 오너경영인의 경영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은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남매경영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삼성그룹에서도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오빠 이재용 부회장과 비교하면 맡고 있는 사업의 규모가 매우 작고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높지 않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에서는 그룹의 양대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이끌면서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2015년 신세계 총괄사장에 오르며 오빠인 정 부회장보다 다소 늦게 경영참여를 본격화했다. 그 뒤 3년 동안 신세계가 보여준 성장세는 놀랍다. 신세계는 백화점업계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도 선방하고 있으며 면세점과 화장품사업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처럼 장자승계에서 벗어나 두 사람 모두에게 기회를 주고 서로 경쟁하면서 능력을 발휘하게 하면 긍정적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두산은 형제경영 지나 사촌경영, SK는 가족회의로 경영권 위임

아직 경영권 승계의 밑그림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곳도 있다.
 
LG가 고수한 장자승계 원칙, 다른 그룹의 승계방식은 바뀌었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두산그룹은 형제경영을 지나 사촌경영 단계를 밟고 있다.

두산그룹은 박승직 창업주와 박두병 회장을 거쳐 3세인 박용곤-박용오-박용성-박용현-박용만 회장으로 이어지는 형제경영의 전통을 지켜왔다.

그 뒤 2016년 박정원 회장이 그룹 회장을 넘겨받으면서 형제에 이어 사촌들이 돌아가며 경영하는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됐다.

그러나 후대로 내려갈수록 경영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점은 경영권 승계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계열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사촌은 형제보다 유대감이 약할 수밖에 없어 계열분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GS그룹 역시 4세들이 활발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지 원칙이 세워지지 않았다.

허창수 회장이 2004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데 허창수 회장의 동생 허진수 GS칼텍스 회장과 사촌동생 허용수 GS EPS 대표이사 등이 차기 총수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영권 안정을 위해 다른 형제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했다. 최 회장이 SK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확정된 건 1998년 8월 가족회의에서다.

최 회장의 아버지인 최종현 선대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사촌들이 모여 이렇게 합의했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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