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05-17 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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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맺고 있던 투자위탁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투자자-국가 사이 소송(ISD)’을 진행하면서 이해상충 여지 등이 있기 때문이다.
▲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17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한국투자공사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투자공사>
최 사장은 17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한국투자공사 기자간담회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공시의무 등 법령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한국투자공사가 엘리엇매니지먼트에 투자자산을 위탁한 것에 이해상충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이에 해당되면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투자공사는 2010년 엘리엇매니지먼트에 5천만 달러(540억 원)를 위탁해 8년 동안 수익을 얻고 있다.
그러나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당개입했다며 ‘투자자-국가 사이 소송(ISD)’을 진행하면서 한국투자공사의 처지가 난처해졌다.
한국투자공사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화자금 일부를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는 국부펀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절차를 밟고 있는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자금운용을 위탁하는 것이 이해상충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강신욱 한국투자공사 부사장은 “엘리엇매니지먼트는 8년 가까이 관계를 맺어온 기업이고 수익률도 최상위권인 회사”라며 “아직은 100%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사태 전개를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이 언급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법령 위반 여부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지분 공시 위반혐의와 관련된 내용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015년 6월2일 삼성물산의 지분 4.9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뒤 이틀 뒤인 4일 지분을 7.12%까지 늘렸다고 다시 공시했다.
검찰은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짧은 기간에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최 사장은 “2010년 엘리엇매니지먼트에 투자하면서 위탁자산 가운데 5% 이하로만 국내 자산에 투자하기로 했었다”며 “5% 한도를 넘는 투자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엘리엇매니지먼트가 ‘5% 한도’를 넘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최 사장은 설명했다.
최 사장은 2020년까지 2천억 달러를 넘는 운용자산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한국투자공사의 운용자산 규모는 2017년 말 기준 1341억 달러, 총자산 수익률은 16.42%로 나타났다.
최 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주식시장의 호조와 안정적 채권 금리 흐름을 투자 기회로 활용해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며 “앞으로 투자수익을 늘리고 신규 위탁기관을 유치해 2020년까지 2천억 달러 이상의 운용자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11%인 대체자산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2020년에 대체자산 비중을 19%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글로벌 스튜어드십코드를 차질없이 도입하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펀드를 조성해 국부펀드로서 책임투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