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LG그룹을 물려받을 준비를 마쳤는가?
LG가 17일 이사회에서
구광모 상무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결의했다.
구본무 회장이 건강 악화로 병상에 누워 경영에 참여하기 어려워지자 구 상무가 빈자리를 채우기로 하며 사실상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 구광모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 |
구 상무는 구 회장의 아들로 LG그룹 4세 경영자인데 일찍부터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을 잇기 위한 후계자로 낙점된 뒤 경영 수업을 받으며 차근차근 승계를 준비해 왔다.
구 회장이 동생인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의 아들이었던 구 상무를 양자로 들이고 구 상무가 친척들로부터 LG의 지분을 받아 지배력을 높여온 것이 모두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 상무는 현재 LG 지분을 6.24% 보유해
구본무 회장(11.28%),
구본준 부회장(7.72%)에 이은 개인 3대주주다.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도 4.2%의 지분을 들고 있다.
LG그룹 4세 경영자 가운데 1% 이상의 지주사 지분을 보유한 인물은 구 상무가 유일하다. 경영권 후계구도를 놓고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낮아 비교적 안정적 승계가 예상된다.
하지만 구 상무가 1978년생으로 아직 젊고 충분한 경영 경험을 쌓지 못한 것은 큰 약점이다. 경영능력을 증명하지 못한 채 승계를 진행하면 사회적 반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구 상무가 LG 등기이사에 오르려면 6월29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다수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구 상무는 그동안 경영전면에 나서지 않아 알려진 정보도 많지 않다. LG 주총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주주들을 설득할 일도 만만찮다.
재벌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구 상무와 같은 후계자들은 단지 오너일가라는 이유로 회사를 물려받는다는 시선을 떨쳐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LG가 이전부터 "구 상무는 경영 승계를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으며 준비할 것"이라는 태도를 보인 점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 상무는 그동안 LG전자와 LG에서 다양한 사업부를 거치며 경험을 쌓다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장에 올라 실무 책임자가 됐다. 경영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구 상무가 첫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는 시각이 유력했다.
하지만 구 상무가 성과를 증명할 충분한 시간을 벌지 못하고 약 반 년 만에 LG 등기이사에 오를 수도 있게 되면서 실제 경영능력을 보여주기는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구 상무가 등기이사에 오른 뒤 현재 LG전자에서 맡고 있는 사업부장 직책을 겸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회장의 LG 지분을 물려받기 위한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일도 과제다.
구 회장의 LG 지분은 현재 주가 기준으로 약 1조5411억 원 규모다.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고 가정하면 구 상무가 77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마련해야 한다.
구 상무는 최근 희성금속과 LG상사 지분을 팔아 약 320억 원을 마련했고 연간 100억 원이 넘는 배당수익도 얻고 있다. 2015년 약 400억 원을 들여 매입한 계열사 판토스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다 합쳐도 구 회장의 지분을 모두 물려받으며 상속세를 내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검찰이 LG그룹 오너일가 탈세 혐의로 수사를 진행중인 점도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구본준 부회장이 구 회장을 대신해 경영을 총괄하며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물론 LG그룹 경영권 승계의 나침반이 결국 구 상무를 향하겠지만
구본준 부회장이 과도기를 책임지게 되면 부드러운 승계도 과제로 남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