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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김상조, 삼성 미래전략실 부활 위해 멍석을 깔아주다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8-05-14 14: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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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의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이 안고 있는 단점을 강도 높게 비판해와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삼성이 사회적 지지를 얻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도 자임했다.
 
[오늘Who]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18803'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상조</a>, 삼성 미래전략실 부활 위해 멍석을 깔아주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 위원장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를 전후로 구속수감돼 재판을 받으면서 이런 모습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13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삼성이 미래전략실의 해체 뒤 컨트롤타워 역할을 대신할 새 조직을 만들고 운영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로 중장기적 전략 수립과 인수합병, 지배구조 개편 등 그룹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사안들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16년 말 이 부회장의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했을 때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 이번에는 비공식적 컨트롤타워 조직에서 결정한 사안을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승인받는 '듀얼 어프로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더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부처 최고 책임자가 관리감독 대상인 특정 기업에 이처럼 구체적인 '훈수'를 드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삼성이 지금처럼 컨트롤타워 없이 표류하면 삼성 자체는 물론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은 미래전략실이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쓰여 왔다는 비판을 받아 온 만큼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상황에도 쉽게 이를 재건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삼성 계열사의 노조 와해 시도에 미래전략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며 상황은 더 나빠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최근 들어 사면초가에 처한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활로를 뚫어주는 조치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 총수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해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공인해 줬고 더 나아가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의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특히 미래전략실 후속 조직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힘을 실어준 점은 김 위원장으로서도 과거 발언과 궤가 다르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근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금융지주사 설립, 계열사 간 지분 이동 등 다양한 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내놓았다.

정부와 시민단체의 강도 높은 개혁 요구, 삼성 계열사를 둘러싼 여러 악재 등으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삼성과 이 부회장에 김 위원장이 적극적 조언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과 삼성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적극적 개입이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 부회장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 경영승계작업과 관련한 특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등 삼성과 완전한 대척점에 섰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을 늦출수록 한국 경제 전반에 피해가 커질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한편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도 삼성에 불안감을 더 키우는 요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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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 위원장은 심지어 바뀐 시대에 걸맞는 재벌3세의 역할도 제시했다.

그는 매일경제를 통해 이 부회장과 같은 재벌3세가 "기업 경영을 일일이 보고받고 결정하던 과거의 총수와는 다른 상황에 놓였다" 며 CEO 역할을 맡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부회장이 김 위원장의 권고를 받아들이려면 그룹 총수로서의 권한과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 삼성에서 뿌리 깊게 이어져왔던 기업문화 등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삼성과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선의를 바탕에 두고 변화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하기 어렵지만 이 부회장으로서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삼성과 김 위원장의 오랜 갈등의 역사가 '악연'으로 마무리될지, 혹은 이 부회장이 김 위원장을 조언자로 인정하며 어느 정도 타협해 한국 재벌기업의 변화에 선례를 남길 지는 이 부회장의 손에 달려 있다.

김 위원장의 '변신'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미래전략실 해체를 소리 높여 외치더니 이제와서 그와 비슷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매일경제에 "컨트롤타워에서 잠정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뒤 각 계열사에서 이해관계자 권익 침해 없이 자유롭고 독립적 절차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한다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그룹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위의 비판을 놓고 김 위원장은 "재계와 시민단체 양쪽에서 비판이 계속되더라도 개혁에 성공하기 위한 길을 걸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비판자이자 조언자로서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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