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고 그 권한을 이뤄내는 모습에 따라 조직의 성패가 좌우된다.
리더의 개인적 성향과 조직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리더십은 다르다.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이 가운데 하나다. 우리 말로 ‘섬김의 리더십’이다.
서번트 리더십은 조직을 지배하기 보다는 신뢰로 이끌어가는 리더십이다. 조직 구성원과 공감대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목표를 함께 달성하는 것이다.
이때 리더는 방향 제시자, 파트너, 지원자라는 세 가지 역할을 하면서 구성원을 이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DGB금융그룹 선봉에 설 리더보다는 조력자이자 구성원을 포용력있게 끌어안는 서번트 리더를 스스로 선택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그룹의 '쇄신과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몸을 낮추고 있다.
김 내정자는 DGB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뒤 바로 "연임할 생각은 없다"며 확실한 선을 긋고는 임기 안에 후계자를 양성하고 권한을 점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나눠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DGB금융그룹을 둘러싸고 불거진 각종 의혹들이 지주 회장에게 집중된 권력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은행장이 선수라면 지주 회장은 코치이자 감독의 역할을 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그는 “역대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 등 선배 원로들의 잔소리와 쓴소리를 가감없이 듣겠다”며 “DGB금융그룹이 성장한 것은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노조도 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자주 만나 소통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김 내정자가 대구 출신이지만 DGB금융그룹에는 첫 발을 딛는 만큼 DGB금융그룹 내부의 목소리를 듣는 데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DGB금융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측 인사들과 반대파 인사들이 대립하는 양상으로 비춰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박 전 회장의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을 놓고 박 전 회장을 반대하는 세력의 음해성 공작이라며 제보자 색출에 나서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이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측근인사들을 중용하고 박 전 회장에게 자신사임 등을 요구하던 주요 인사들을 내보내면서 내부 갈등이 더욱 커졌다는 말도 나돈다.
김 내정자는 업계에서 소통을 잘 하는 금융인이자 인사 전략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인물인 만큼 조직을 추스를 적임자로 꼽힌다.
김 내정자는 2009년 하나은행 영남사업본부 부행장 시절부터 2014년 하나HSBC생명 사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고객이나 직원, 지인에게 이메일로 ‘월요편지’를 꾸준히 보내는 등 ‘소통경영’을 철학으로 삼고 있다.
다만 김 내정자가 DGB금융지주 회장에 낙점된 데 ‘학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김 내정자는 경북고 출신인데 역대 대구은행장 11명 가운데 4명이 경북고 출신이고 이번 DGB금융지주 임추위 위원 5명 가운데 2명이 경북고 출신이었다.
DGB금융그룹이 ‘CEO 리스크’ 등으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김 내정자는 ‘섬김의 리더십’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