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스틸러(scene stealer)’는 영화에서 주연보다 더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캐릭터를 가리키는 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 장면에도 신 스틸러가 나타났다. 무성한 백발의 앤드류 김(한국이름 김성현) 미국중앙정보국(CIA) 한국임무센터(KMC)장이다.
▲ 앤드류 김 미국중앙정보국(CIA) 한국임무센터장.
김 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내내 밀착해 있었다. 그는 한국 이민자 출신으로 영어와 한국어에 두루 능통한 정보요원이다.
그가 북미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하고 있다고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에서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기관이 CIA라는 점, 그가 지휘하고 있는 센터가 2017년 북한 문제를 전담하기 위해 새로 생긴 곳이라는 점 등에 기반한 분석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성과인 북미 정상회담 일정 확정에는 미리 평양에 들어가 실무 정지작업을 한 김 센터장의 공이 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북한이 억류자 석방 카드를 마지막까지 쥐고 있다가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이륙하기 한 시간 전에 석방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센터장을 비롯한 실무자들의 막판 협상이 주효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안보라인과도 인연이 깊다.
김 센터장은 서훈 국정원장과 서울고 동문이면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5촌 외종조카(사촌의 아들)다. 김 센터장은 정 실장을 사석에서 ‘아저씨’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인연 때문에 3월8일 정 실장과 서 원장이 미국을 방문해 북미 정상회담 수락을 받아내었을 때 일부 언론보도에 김 센터장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리기도 했다. 서 원장이 대북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기 직전 김 센터장을 극비리에 만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맹경일 북한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만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한국에서 태어나 서울고등학교 재학 당시 미국 이민을 간 것으로 알려져있다. 성인이 된 후 CIA에서 일하며 방콕 지부, 베이징 지부 등을 거쳐 한국지부장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차관급)로 일하다 은퇴했다.
그가 다시 CIA에서 일하게 된 것은 2017년 5월 북한 정보수집과 대북 공작업무를 위해 한국임무센터가 설립되면서부터다. 미국 정부는 한국임무센터를 이끌 책임자를 찾던 중 그를 발탁해 당시 날로 격화되고 있던 대북 문제를 다루는 중책을 맡겼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