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
LG디스플레이가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고 있지만 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이 4월26일 '2018년 혁신목표 필달결의대회'에서 LCD패널을 망치로 깨부수고 있다. |
한 부회장은 8일 약 4억 원 규모의 LG디스플레이 주식 1만7천 주를 사들였다. 이로써 총 보유 주식수가 4만8355주로 늘어났다.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지난해 4월12일 이후 1년여 만이다. 매입량도 지난해 8341주에서 2배 이상 늘었다.
최고경영자의 자사주 매입은 여러 의미가 있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놓고 자신감의 표현인 경우가 많지만 경영 위기의 상황에서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상황을 놓고 볼 때 한 부회장의 이번 매입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불굴의 의지로 헤쳐 나가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CD패널 경쟁 심화, 불투명한 올레드시장 전망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해있다. 1분기 6년 만에 적자를 내며 수익성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향후 사업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BOE, 차이나스타 등 중국 주요 패널회사들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LCD패널을 시장에 쏟아 내면서 LG디스플레이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이 올해부터 10세대 이상의 초대형 LCD패널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패널가격이 원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사업인 중소형 올레드에서도 투자 효과를 거두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스마트폰시장에서 올레드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자 LG디스플레이는 파주 E6공장의 일부 라인에서 중소형 올레드 생산설비 구축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부회장은 특유의 ‘강한 리더십’을 앞세우며 극복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최근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서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2018년 혁신목표 필달결의대회’를 열고 어려운 경영환경을 이겨내자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혁신, 필달, 결의 등의 격한 용어는 LG디스플레이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 부회장은 이 행사에서 폐기된 LCD패널 모듈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직접 선보이며 “LG디스플레이가 거센 강을 건너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똘똘 뭉쳐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자”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화통하고 걸걸한 성격의 소유자로 평소 승부욕이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이사 취임 초기에 회의를 끝내며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대신 “1등 합시다”를 구호를 내세운 것은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일반 주주들과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2013년 주주총회에서 당시 LG디스플레이 주식 2만 주를 보유하고 있던 소액주주 정모씨가 안건마다 반대표를 던지자 직접 정씨를 뒤따라가 “앞으로 열심히 할테니 지켜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