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사들인 주식에 매수세가 몰려 주가 상승을 이끄는 '버핏 효과'는 애플에도 유효했다.
7일 미국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역대 최고가를 보이며 마감했다.
버핏 회장이 이날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나는 애플 주식을 너무 사랑해서 100%의 지분을 사들이고 싶을 정도"라며 주가 상승을 낙관한 영향을 받았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애플 주식을 처음 사들였다고 밝힌 시기는 2016년 초로 채 2년도 되지 않았지만 현재 약 5%의 지분을 보유한 3대주주에 올라 있다.
버핏 회장은 안정적 회사에만 투자하는 '가치투자' 원칙을 앞세우는데 단기간에 이 정도로 많은 지분을, 특히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큰 IT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은 이례적이다.
버핏 회장은 "애플 주식을 사들인 것은 단기 차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가치를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며 "애플이 주주 환원을 강화하면서 내 예측이 점점 맞아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초 90달러대에 그쳤던 애플 주가는 현재 약 2배 수준으로 뛰었다. 글로벌 투자업계의 거물이자 '현자'라는 별명을 달고 있는 버핏 회장의 성공신화가 애플에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버핏 회장이 애플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경영진을 향한 굳건한 신뢰도 한몫을 했다.
그는 "애플 경영진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기업을 운영하는 방향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인수합병보다 주주 환원에 훨씬 많은 돈을 들이는 점도 환영할 만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애플이 수십조 원을 들여 무리한 투자나 인수합병을 진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미국 증권사들은 애플이 콘텐츠분야에서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넷플릭스 또는 디즈니를 인수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버핏 회장은 완전히 반대되는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애플의 경쟁사로 꼽히는 IT기업들은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분야에서 성장을 약속하며 최대 수십조 원에 이르는 시설 투자와 인수합병 계획을 내놓고 있다.
반면 애플은 실제 제품을 선보이기 전까지 사업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며 아이폰과 같은 기존 주력사업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애플과 같은 전략은 단기간에 주가 상승을 이끌 계기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버핏 회장은 애플이 중장기적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점에서 다른 IT기업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과거 IBM 주식 투자에서 쓴잔을 든 뒤 애플 이외 다른 IT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인 적이 없다. 단기 성장성이 아무리 높아도 안정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이 대표적이다. 버핏 회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를 놓고 "쥐약과 같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근본적 가치를 보장할 수 없는 대상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CNBC는 "애플은 버핏의 투자 철학에 완벽히 들어맞는 기업"이라며 "중장기적 성장성과 안정적 경영체제, 굳건한 수익 기반을 모두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애플을 사랑하면서도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폰을 구매하지 않은 소비자의 잠재수요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