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그룹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고 있는 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지분 승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명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지분 가치가 워낙 높아 증여세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정 총괄사장이 최근 아버지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21%가량을 활용해 신세계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 18.22%의 지분 가치는 7204억 원에 이른다. 이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절반인 3600억 원가량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정 총괄사장이 이번에 증여받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가치는 1905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증여액에 50%의 세율을 적용한 950억 원가량을 증여세로 납부하면 950억 원어치의 지분이 남는다.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신세계-신세계인터내셔날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만큼 이 지분을 승계를 위한 자금줄로 쓸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최대주주는 신세계인데 정 총괄사장은 현재 이명희 회장에 이어 신세계의 개인 2대주주다. 앞으로 이명희 회장의 신세계 지분을 물려받으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없이도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배력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당분간은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상징성이 큰 데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신세계그룹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지분 가치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광주신세계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광주신세계 주가는 2015년 상반기만 해도 35만 원대를 웃돌았지만 현재 23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2015년 상반기 2917억 원에서 현재 1954억 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도 주목받는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014년 12월31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 24만5천 주를 보유했다. 최근 삼성전자 주식이 50대 1로 액면분할하면서 보유 주식 수가 1225만 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8일 종가 기준으로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6444억 원에 이른다.
정 부회장은 이전까지 삼성전자 주식 29만3500주를 보유했으나 2014년 말 약 4만8500주를 처분했다. 정 부회장이 삼성전자 최대주주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데다 지분율이 5%를 넘지 않아 현재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삼성전자는 2016년 9월 분기보고서를 끝으로 정 부회장의 보유 주식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아직 삼성전자 주식을 정리하지는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이 2016년 9월 말 이후로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하더라도 최소 3750억 원의 자금은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9월 말 이후 삼성전자 주가의 최저치가 153만 원대이기 때문이다.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8.22%의 지분가치는 8일 종가 기준으로 1조3284억 원에 이르는데 이 지분이 정 부회장에게 물려주면 증여세만 66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정 부회장은 신세계I&C 지분 4.53%도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 가치는 8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110억 원가량이다.
이명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건설 지분 9.49%를 정 부회장에게 증여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다만 지분가치가 140억 원 수준에 그쳐 지분 승계자금 마련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