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화웨이 트라이폴드 스마트폰이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공급망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 메이트XT. |
[비즈니스포스트] 화웨이가 출시한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 스마트폰이 반도체를 비롯한 중국 핵심 부품 공급망의 약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 수율 부진과 디스플레이 생산 차질 등 요소가 제품 가격을 크게 높였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 물량 공급에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화웨이 트라이폴드 스마트폰 ‘메이트XT’는 중국의 뛰어난 기술 발전 성과를 보여줬지만 ‘의미있는 혁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화웨이는 10인치 태블릿PC 면적의 화면을 두 번 접어 휴대할 수 있는 신제품 메이트XT 판매를 최근 시작했다. 화면을 세 종류 크기로 활용할 수 있어 트라이폴드라는 이름이 붙었다.
블룸버그는 메이트XT가 미국의 대중국 기술 규제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기업들이 이러한 제재에 따른 영향을 일부 극복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메이트XT에 자체 개발하고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가 7나노 공정으로 제조한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디스플레이와 경첩 등 핵심 부품도 대부분 중국 기술로 구현됐다.
블룸버그는 결국 메이트XT가 화웨이의 ‘생존 신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애국심을 앞세워 해당 제품의 성공을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메이트XT가 2800달러(약 372만 원)에 출시돼 수요 확보에 한계를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구매할 만한 소비자층이 지나치게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화웨이가 두 번 접는 스마트폰으로 실적이나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이처럼 높은 가격을 매긴 배경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 공급망이 제한되어 있고 기술적 문제로 생산 수율 등 측면에도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부품 공급망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화웨이 메이트XT 출시는 중국 정부의 지원과 협력사들의 값비싼 노력에 크게 의존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SMIC는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때 수율이 매우 낮아 큰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화웨이에 이를 의무적으로 생산해 공급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디지타임스는 화웨이가 메이트XT 판매를 늘릴수록 SMIC의 적자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 중국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프로세서. |
화웨이가 연말 출시하는 메이트70 스마트폰에는 SMIC 5나노 미세공정 기반 프로세서 탑재를 계획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일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SMIC가 미국 정부 규제로 고사양 반도체 장비를 사들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체 5나노 공정 기술을 확보하려면 연구개발에 들이는 자금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디지타임스는 SMIC가 5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수율이 20% 미만에 그쳐 수익성은 더 악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도 화웨이가 메이트XT 공급 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이외에 두 번 접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경첩 부품을 생산하는 중국 협력사들도 수율 문제로 고전하고 있어 이른 시일에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주요 외신들의 전망대로라면 화웨이 메이트XT는 중국 정부가 미국 규제에도 기술 발전에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상징적 제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SMIC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큰 손해를 감내해야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체 설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 규제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 등 기업의 고사양 인공지능 반도체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자 화웨이 제품이 대안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SMIC가 위탁생산하는 화웨이 인공지능 반도체도 스마트폰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매우 낮은 수율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표 기업으로 앞세워 기술적 성과를 과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협력사들의 고충이 숨겨져 있다는 의미다.
현재 중국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반도체 패키징 등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해외 주요 경쟁사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정부 지원을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내 관련 공급망 기업에 안기는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