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경직된 근무문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장에서부터 출퇴근 시간, 근무 장소 등을 자율화하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근무형태가 직원들의 삶의 질과 업무 효율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고 보고 다양한 시도에 나섰다.
▲ KEB하나은행 직원들이 노타이 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 < KEB하나은행> |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수적이었던 은행 직원 복장이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 차림으로 한결 가벼워지고 의무적 정시퇴근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한 근무 분위기가 은행권에 도입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4월 시중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본점과 영업점의 모든 직원들에게 넥타이를 매지 않고 출근해도 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본점 일부 부서 직원들만 노타이로 근무했는데 5월부터는 전 직원에게 노타이 복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본점에서 언제든 노타이 복장이 가능하지만 영업점 직원들에게는 금요일에만 허용된다.
NH농협은행도 본부 부서 직원만 넥타이를 매지 않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5월 중순을 기점으로 여름에 노타이로 근무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방은행 가운데서는 DGB대구은행과 BNK부산은행이 본점 직원에게 넥타이없는 차림을 허용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직된 업무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유연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넥타이를 매지 않는 복장을 전 직원에게 확대하는 것”이라며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여름에는 냉방비 절약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올리기는 은행권에서 의상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정시퇴근, 재택근무로도 이어지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정시퇴근 문화를 퍼뜨리기 위해 오후 7시가 되면 본점 건물에 전등을 모두 끄고 영업점 지점장도 의무적으로 정시에 퇴근하도록 했다. 7시 이후 불가피할 때 한해 업무 집중 공간에서 따로 일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정시퇴근을 독려한 결과 시간외 근무가 70% 줄고 영업점 퇴근시간도 가장 나중에 퇴근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평균 40분 정도 앞당겨졌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가운데선 처음으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에게 출근시간을 1시간 늦출 수 있게 해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신한은행은 2017년 7월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스마트 근무제를 도입했다.
스마트 근무제는 일하는 시간과 공간,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하는 것을 허용한 제도다.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율 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은행 전산망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한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정보통신기술이 은행권에도 보편화되면서 은행업도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새로워 질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스마트 근무제 도입 6개월여 만에 자율 출퇴근제는 10만여 건 이용됐고 재택근무는 400여 건 이뤄졌다.
그러나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정시퇴근을 권유하고 있지만 일의 양은 줄지 않아 오히려 시간외 수당만 못 받게 된 셈이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새벽에 출근하게 되거나 업무기록을 하지 않고 야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아직 개인의 삶을 챙기는 근무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새로운 제도를 마음껏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는 많이 좋아졌지만 눈치를 보느라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기도 한다"며 "상사의 회식 참여 권유 등을 뿌리치기 어렵기도 해 항상 정시에 퇴근한 뒤 곧바로 가정으로 돌아가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정윤 신한은행 직원행복센터 차장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앞으로 시간을 두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