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이 정부 해운업 지원에도 불구하고 벌크선 새 선박 발주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2020년부터 벌크선 운임이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어 부정기선으로 운용하는 데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정부 해운업 재건 5개년 계획을 활용해 벌크선을 확보하기 위해 수요 예측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해운은 벌크선과 LNG선, 탱커선 운용 등을 주력으로 하는 벌크선사다. 2017년 기준으로 벌크선 매출 비중이 41.9%로 가장 크다.
해양수산부는 7월 설립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기존 신조 지원 프로그램의 투자와 보증 등을 통해 앞으로 3년 동안 중소선사의 벌크선 140척 새 선박 발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선주협회에서 선박발주 희망선사 공모 안내문을 국내 해운사들에 보냈다.
대한해운은 현재 선박 발주를 신청하지 않고 있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대한해운은 2020년부터 벌크선 운임이 내림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어 선박 발주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2018년 벌크선 발주량은 2017년보다 6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선박 건조가 마무리되는 2020년경 벌크선 수요가 늘어 운임 상승이 멈출 불확실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해운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새 선박 발주에 나서면 선박들을 부정기선으로 운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기 운송계약을 체결한 뒤 선복 수요에 발맞춰 신조 발주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운임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부정기선을 운용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벌크선사는 부정기선을 단기 운송계약이나 수시 운송계약에 활용한다. 화물 운송계약을 체결할 당시에 운임을 정하는 만큼 운임지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기선을 운용하는 것보다 불리하다.
대한해운은 올해 부정기선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부정기선 비중을 키워 운임 상승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한해운은 2017년 기준으로 전용선과 부정기선의 매출 비중이 각각 63%와 37%다. 전용선 비중이 큰 만큼 운임 상승에 수혜를 큰 폭으로 보긴 힘들다.
벌크선 운임은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오를 공산이 큰 것으로 증권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벌크선운임지수는 1일 기준 1327포인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벌크선 부족으로 앞으로 벌크선 발주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2020년까지 벌크선 선복 증가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